인생 공부장+6
우리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독서 모임이 있던 날 새벽이었다.
간밤의 여러 이슈들로 인해 대부분의 멤버들이 참석하지 못했고, 우리를 포함해 네 사람만 모이게 되었다.
자연스레 책 이야기는 접어두고,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요즘 회사 일로 힘들다는 J의 이야기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는 얼마 전, 새 직장에 들어가 좋은 기회로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되었다.
책임감을 느끼며 열심히 하던 중, 회사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맡게 되었다고 했다.
예고도 납득할 시간도 없이 통보된 상황에 J는 화가 나서 감사를 잃어버렸다고 고백했다.
J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오래전에 내가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육아휴직으로 공석이 생긴 부서에 파견되어 1년 동안 전혀 다른 직무를 맡게 되었던 일이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새로운 경험이 재미있기도 하고 적성에도 잘 맞아 상사의 신뢰까지 얻게 되었다.
대부분 내가 계속 그곳에서 일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나 역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휴직자가 복직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상황은 급변했다.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말 한마디에 나는 또 다른 부서로 옮겨야 했고, 그 일을 계기로 지역 이동까지 하게 되었다. 해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생긴 스트레스는, 나를 만성 역류성 식도염 환자로 만들어 주었다.
그 당시에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내가 잃어버린 것들만 생각났다.
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 멀리서 바라보니,
내가 주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얻게 되는 것이 있었다.
세상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깨달음.
내가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힘.
그래서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그저 견디고 버티는 힘으로 불확실한 순간들을 지나올 수 있었다.
지나고 보면 그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고,
나를 가장 깊이 자라게 한 시간이었다.
어쩌면 오늘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 속에서
느리지만 천천히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