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공부장+7
퇴사 후 5개월 차,
불안함이 마음속에 잠잠히 자리 잡고 있던 날이었다.
그날의 스케줄이라고는 오후 4시 30분에 있는 필라테스 수업뿐이었다. 그전까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시간을 보내면 되었지만,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이었다.
새벽알람은 듣지 못한 채 8시가 다 되어서야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제 뭘 하지? 고민하다가 책장으로 눈길이 향했다.
무슨 책을 읽지? 고민하다가 오래전 읽다 만 책을 펼쳐 들었다.
마침 책 속에서 나를 보는 듯한 문장을 발견했다.
할 일이 많지 않았으므로 나는 뒹굴뒹굴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었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저물었다. 아무리 천천히 읽어도 시간은 언제나 남았다. 느릿느릿, 여러 권의 책을 읽고 난 뒤에도 창밖을 보면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았다. 그 당시에도 신기했고 지금도 신기하다. 세월이야 흐르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책만 읽었다.
-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중에서
날마다 회사일로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다가 마음의 감기가 찾아왔던 시기,
토요일 하루를 온전히 책 읽는 시간으로만 보내던 적이 있었다.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서 눈에 띄는 책을 여러 권 집어 들고, 해가 저물 때까지 책만 읽었다.
책 속에서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내가 아픈 이유를 알아차리고,
혼만 내던 나를 안아주고 토닥여주는 시간이었다.
그 시절 나는, 책만 읽는 하루가 내 마음의 안식처였다.
느리게 흘러가는 그 하루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
느릿느릿, 나만의 시간을 찾아가는 중이다.
세월이야 흐르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으로
청춘의 시간을 천천히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