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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주 Sep 08. 2023

클래식, 참 쉽~죠!

내돈내간 공연 리뷰하기 1 – 금난새의 콘서트 오페라 <카르멘>

지나간 공연이지만 기억하기 위해서 뒤늦게 기록합니다.


2023 대전국제음악제의 마지막은 금난새 지휘자와 함께 하는 콘서트 오페라 <카르멘>. 결론부터 말하자면 ‘클래식은 어렵다’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공연이었다. 카르멘 역은 파리 국립오페라단과 바스티유 국립극장에서 활동 중인 메조 소프라노 엘레오노아 가제, 돈 호세 역은 테너 윤주인이 열연했다.     


‘금난새의 콘서트’ 시리즈는 클래식 음악에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해 재미있는 설명을 곁들인 유니크한 공연이다. 이 콘서트의 특징은, 하나의 곡을 연주하기 전에 특징적인 부분을 ‘맛보기’처럼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악기의 종류와 소리의 강도, 리듬의 차이에 따라 어떤 장면이 연상되는지, 등장인물의 심경은 어떤 상태인지 등을 비교할 수 있게 설명해준다.     


이를테면, <카르멘> 전주곡 초반에 바이올린이 매우 작은 소리로 연주되는 부분을 몇 번 시켰다. 이것은 투우장에 구경 온 여자들이 잘생긴 남자에 대해 부채를 살랑이며 소곤거리는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뒤에 이어지는 큰 소리의 악기는 동반자인 남자(아마도 남편)가 이런 여자(아마도 아내)에게 “시끄러워, 그만 해.”라고 면박주는 모습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런 소개 이후에 전주곡이 연주되었는데 정말 투우장의 그 장면이 그려지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들었던 익숙한 곡이었는데도 더 재미있고 더 생동감 있어서 박수가 절로 나왔다. 우리 옆의 청중들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첫 곡부터 호응이 대단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만큼 재밌다!     


하바네라에서는 첼로 파트에게 한 소절을 두 가지의 버전으로 연주하도록 시켰다. 평범한 여인이 아니었던 카르멘은 어떻게 걸었을까? 금난새 지휘자는 비교를 통해 카르멘의 관능적인 걸음걸이를 묘사하기 위해 작곡가 비제가 왜 이런 리듬을 선택했는지 청중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확실히 보여주었다.

여기에서 청중들이 참여할 기회도 만들어 주었다. 카르멘이 “사랑이란...”하며 노래를 이어갈 때 원곡의 합창단 대신 청중들이 “조심해라!”는 추임새를 넣을 수 있도록 구성을 한 것이다. 실제 오페라 무대에서는 하기 힘든 시도일 텐데 ‘금난새의 콘서트’라는 특화된 브랜드 공연이어서 너무도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예정 시간 90분을 훌쩍 넘긴 2시간이 넘는 공연이었다. 청중들이 한마음으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지만 앵콜은 없었다. 시간도 너무 늦었고, 아마도 힘드시지 않으셨을까 싶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이 공연의 특성을 이해하고 잘 선택한 경우이지 싶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혹은 지루하게 생각하던 클래식 공연을 마치 아침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한 상상을 곁들여 소개하고 배경부터 이해를 시켜주니 재미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경험이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된다. 다음에는 스스로 또 다른 공연을 찾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금난새의 콘서트 포스터를 보게 된다면 얼른 예매하기를 권한다.     


연주 외적으로도 인상적인 장면이 몇 있었다.      

음악회는 무엇보다 즐거워야 한다는 지론을 말씀하셨다. 그래서 이런 설명도 하는 것이라 하셨다. 연주자도 악보에 나온 대로 기계적으로 연주할 것이 아니라 작곡자가 어떤 드라마와 감정을 음표 속에 담으려고 했는지 상상해야 한다고 말이다. 미카엘라 역을 맡은 소프라노가 무대에 등장할 때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걸어 나온 것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 어머니의 소식을 전해주오’라는 곡이었는데 짝사랑하는 돈 호세를 만나는 설렘을 고스란히 청중에게 전달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오페라 전체가 아닌 단 한 곡만 부를 때에도 이러한 감정 배경까지 표현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프로그램 북을 소중히 다뤄달라는 말씀이나 성악가들은 박수를 먹고 사는 사람이니 열렬히 호응해달라는 언급은 처음 온 어린 청중들이 자연스럽게 관람 매너를 익힐 수 있는 좋은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존경받는 거장의 말 한마디는 무게감이 달랐다.     

인터미션이 시작될 때도, 공연이 끝났을 때도 금난새 지휘자는 모든 단원이 퇴장할 때까지 박수를 치면서 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자신은 가장 나중에, 가장 깊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퇴장을 했다. 경쾌한 웃음을 만면에 지으며 뛰어가셨다. 멋진 리더, 멋진 어른 그리고 늙지 않는 예술가의 모습을 보았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엄청난 박수 속에 막이 내렸을 것이다. 무대 위에서든 관객석에서든 누군가는 이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지 않을까.     


밥 아저씨가 “그리기 참 쉽죠~.”라며 사람들에게 그림에 대한 두려움을 확 낮춰 주었다면, 우리에겐 금난새 지휘자가 있어 더 쉽고 재미있게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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