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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퇴한 트레이너 Apr 12. 2020

스스로 환자를 자처하는 이상한 사람들

유비무환

우리나라는 의료강국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비를 낮추기 위해 각종 첨단장비와 기술력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허나 그 정도가 도를 넘어 이제는 과잉 예방에 과잉처방까지, 지나친 건강에 대한 염려가 병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조금만 아프거나 다치면 병원에 가고 아프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아마도 질병에 대한 자가진단 질문지를 본다면 대부분 읽고 '이거 난데? 나 이 병에 걸린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건강검진으로 병을 발견하면 '이것 봐 병원에 오길 잘했어'라며 매우 안도한다. 그러고는 치료나 수술을 받고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복귀한다.

뭐가 잘못된 걸까?
잘못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무엇이 잘못된 건지 하나씩 설명해 주겠다.


1. 병과 건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

병은 왜 걸릴까?
극심한 스트레스를 장기간 받아서 그럴 수도 있고,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도 있고,
건강하지 못한 음식을 장기적으로 섭취했거나,
평소 운동량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인보다 문제 해결에만 관심이 있다. 빨리 수술이나 치료를 통해서 문제를 제거하는데만 초점을 맞춘다. 빨리 이 무서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사고를 정답처럼 여기고 살아간다. 어떤 상황에 대한 대처나 인간관계에서도 그렇지만 내 몸과 건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다음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올바른 사고방식이 아니다.

자신이 10년 넘게 살아온 삶의 방식과 습관이 지금의 병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10년, 20년 동안 축적해온 것들을 몇 시간의 수술로 완치할 수 있다면 그것은 기적이다. 이는 임시방편의 응급처치일 뿐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40년 동안 살아온 성격과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듯이 몸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 몸의 건강은 그동안 나의 식습관과 운동습관, 수면습관, 스트레스 관리의 총합이다. 이것들을 수술로 도려내도 다시 독버섯처럼 올라올 것이다. 당신의 삶의 방식이 바뀌지 않았다면 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그나마도 고치면 다행이다.
내가 왜 소를 잃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튼튼하고 안전한 외양간으로 고친다면 두 번째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대부분 외양간을 고치지 않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가서 소가 잘 있나 확인을 한다. 그러다가 소가 또 없어지면 새로 사다 놓고 잘 있나 확인하고 또 없어지고를 반복하다가 집안 살림 거덜 날 뿐이다. 튼튼하고 안전한 외양간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렇게 자주 확인하지 않아도 소는 잘 있을 것이다.


2. 과잉 예방과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의료행위

우리나라는 국가차원에서 기본 건강검진을 지원해준다. 그리고 거기에 개인이 추가적으로 비용을 내고 추가 검사를 한다. 예방을 하는 것은 당연히 좋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본질적인 것을 외면한 채 검사만 한다고 예방이 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검사 자제가 몸에 무리를 주는 경우도 있다. 다큐멘터리에도 나왔지만 우리나라의 갑상선 질병 발병률은 매우 특출 나게 높은데 이 원인이 과도한 건강검진에서 온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그리고 의료계에서 주로 쓰는 용어가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나서, 유전적인 원인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이 없다, 운이 없었다 등등.

이는 다 거짓말이고 수술을 하게 하려는 상술이다. 이런 말들은 환자로 하여금 다른 선택지에 대한 답을 차단시키고 오로지 수술만이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교묘한 심리적 상술이다.

일부 비윤리적 의료인들은 이런 식으로 가짜 환자를 양산 해 수술을 자행해 왔으며  지금은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엄청난 빅 히트 상품을 개발 해 냈으니 그것이 바로 유전자 지도다.

유전자 지도는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해방하고 무병장수의 길을 열어줄 획기적인 연구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팔아먹는지 보면 정말 기가 막혀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먼저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것을 알고 있는가? 안젤리나 졸리는 10여 년 전에 유전자 지도 검사를 받고 자신이 유방암 발현 유전자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의사의 권고로 고민 끝에 그녀는 유방 절제술을 통해 유방암 수술을 받았고 이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 지도를 통해 미리 수술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된다.

유방암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처음에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병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먼저 걸릴지 알아서 수술까지 미리 받는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사기극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미래에 일어날 범죄를 알고 미리 범인을 잡는다는 내용의 심오한 철학적 화두를 던지는 영화다. 예비 범죄자들은 범죄를 저지르기 직전에 잡혀 준 범죄자의 처벌에 처해진다. 하지만 주인공은 결정적인 순간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결국에 범죄예방국은 과잉대응으로 폐기 처분당한다.

이와 같은 일이 이미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트레이너를 할 때도 한 회원이 골수이식 수술을 하고 나타났다. 원래는 꾸준한 운동으로 운동선수 같은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던 50대의 남성이었다. 근데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백혈병 발현 인자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고민 끝에 미리 수술을 받은 것이다. 백혈병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받아야 회복이 빠르다고 주치의인 친구가 강력하게 권했다고 한다. 그 회원은 각종 합병증으로 각종 통증에 시달리고, 근력저하로 몸이 엄청나게 왜소해졌으며 얼굴도 폭삭 늙었다.

반면에 미국에 존이라는 남자는 아버지와 형이 50세 이전에 심장발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에게도 가족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는 모든 관심을 건강에 집중했고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으로 존 다이어트라는 것을 만들어내서 사업적으로도 성공하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

유전자의 발현이라는 것은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것이고 남들보다 조금 더 그럴 확률이 높을 뿐이다.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악의 축으로 규정짓고 핵미사일을 퍼부을 것인가? 사랑하는 나의 몸에게? 나는 얼마나 나의 몸을 아끼고 사랑해 줬는가?

그러면 다른 상황도 한번 묻겠다. 당신의 배우자가 유전자 검사를 했더니 바람피우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성기를 거세할 것인가? 아니면 약물을 먹여서 화학적으로? 아니면 바람피우기 전에 미리 이혼할 것인가?

굳이 어떤 게 좋다 나쁘다 말하지 않겠다. 본인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길 바란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까지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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