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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퇴한 트레이너 Jul 07. 2023

사람은 바뀐다? 안 바뀐다?

몸이든 인성이든

오랜만에 아내랑 언성을 높이고 싸웠다. 대부분 그렇듯 사실 별일 아닌데도, 한마디의 작은 말실수가 들불처럼 번져간다. 그러다 돌이켜보면 비슷한 패턴으로 싸움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저번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또 그런다며 더 싸운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한번 다치면 관련된 부위들이 연쇄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게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같은 부위를 또 다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몸이 어떤 동작을 할 때 안정적으로 움직임을 수행하기 위해서 근육이 A-B-C 이런 순서로 작용해야 한다고 하면, D-E-F 이렇게 된 연결은 그 패턴이 깨진 것이다.


이렇게 패턴이 깨진 몸은 불안정한 상태로 움직임을 수행하다가 다칠 확률이 높다. 또한 잘못된 패턴의 움직임이 계속되면 몸에 무리가 많이 가서 특정 부위에 통증이 생기거나,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자세가 이상하게 변형이 되기도 한다.



기능성 운동 과정을 단순하게 표현해 보면


1. 잘못 사용되고 있는 근육들을 이완

2. 주로 사용해야 할 근육들을 활성화

3. 활성화된 근육들이 서로 연계되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난이도를 올려가며 다양한 환경에서 연습하여 습관화


이런 단계들을 거치게 된다.



그러다 신기하게도 문득 이런 깨달음이 왔다.

잘못된 움직임을 교정하는 원리와, 잘못된 사고방식을 교정하는 원리가 같구나.



잘못된 언어습관과 사고방식을 고치기 위해서는


1. 좋지 않은 언어습관과 사고방식을 인지하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2. 좋은 표현과 생각으로 된 책과 영상을 많이 본다.

3. 실수할 때마다 바로 사과하고 좋은 표현으로 다시 말한다.


이런 기본적인 과정들이 필요하다.



언어나 생각의 패턴이 깨진 사람들을 흔히 ’ 꼬였다 ‘고 표현한다. 실제로 신경망이 A-B-C로 연결되지 못하고 D-E-F로 연결된 것이니 매우 직관적인 표현인 셈이다.


인간은 만 3세 전에 뇌신경 연결망이 완성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 자리 잡은 신경망이 얼마나 촘촘하고 다양하게 얽혀있느냐에 따라서 두뇌기능이 결정된다. 물론 그 이후에도 조금씩 변화가 가능하지만 한번 자리 잡은 신경세포가 움직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손바닥에 손금이 한번 자리 잡으면 변하지 않듯이, 뇌와 근막도 신경이 연결되고 지나가는 길이 한번 자리 잡으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


3살 버릇 여든 가는 것은 몸뿐만 아니라 사고방식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실수로 누군가와 부딪쳤을 때


A. 앗 미안해. 괜찮아? 내가 못 봤나 봐. 조금 더 조심할게.

B. 아이 씨.


B의 유형은 그냥 상종을 안 하는 게 사실 젤 편하다. 하지만 당신이나 당신의 자녀가 B의 유형이라면?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바란다.


그래서 바뀌냐고?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기능성 운동을 통해서 체형이나 운동패턴을 바꾸는 것처럼 이렇게 뇌신경도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B유형의 나를 A유형으로 바꿔주고 있는, 나의 뇌신경 트레이너 아내에게 감사와 사랑의 표현을 더 자주 해야겠다.


예전에 재활운동 공부하면서 트레이너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트레이닝의 궁극은 멘탈트레이닝이라고 했었는데 오늘에야 그 진의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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