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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디아 Apr 06. 2023

인생의 사인(sine) 그래프는 계속된다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40대, 생의 중반에 이르니 많은 게 바뀐다.

나잇살, 주름, 흰머리...  형태뿐 아니라,

삶에 관한 생각과 관점달라지고,

미처 몰랐던 삶의 진리(?)깨닫는다. 


내게 삶은 사인(sine) 곡선처럼 엎치락뒤치락했다. 좋은 날과 힘든 때는 번갈아 왔다.

다만 가로인 기간과 세로의 크기는 일정치 않았을 뿐.


인생 곡선 그래프


힘든 시기 이후에는 다시 좋은 일이,

좋은 일 다음에는 시련이 어김없이 왔다.


힘든 시기를 버티는 건 아주 서서히 행복을 향해 가는 거였고,

만족과 행복에 젖어있던 시간은 점차 어둠의 빛으로 차올랐다.




입사 3년 차, 밴드 승격에서 누락된 사건이 있었다.

밴드는 사원/대리 직급 안에 있는 세부 구분으지금은 없어진, 라떼제도이다.


신입시절 부서에 3년 선배가 있었는데, 늘 친절하게 먼저 챙겨주고 문제 생기면 와서 해결해 주는 고마운 이였다.


어느 날 선배가 지나가다 시스템에 교통비(야근 기록)를 입력하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 '결재' 버튼 누르지 말아요. 그룹장한테 결재 가는데 귀찮아하니까. 그냥 저장만 눌러요. 며칠 지나면 자동 승인 니까"


그렇게 선배 조언대로 몇 달간 결재 요청 없이 입력했다.


당시 신제품 EMI(전자파) 성능 잡느라, 매일 시험소에새벽 2~3시에 택시로 퇴근하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신입이라 할 수 있는 게 없어 대기하는 게 다였음에도.  

3~4시간 집에 머물다 다시 아침 7시 출근 버스에 탑승. 

수개 월 지속된 야근에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쳤다.


호의로 알려준 선배의 조언은 내게 부메랑 화살로 와 꽂혔다.

파트원 모두 새벽까지 교통비(잔업비) 결재가 올라오는데 나만 그렇지 않아, 그룹장은 여사원 찬스로 혼자 정시에 퇴근하지 않는 줄 알았단다. 한참 뒤 그룹장에게 오해가 풀렸지만 되돌릴 순 없었다.

결국, 하위 고과로 밴드 승급에서 누락된 거다.


시련에 삶이 무너진 사람처럼 허우적거렸다.

이어진 밤샘 근무로 체력과 정신이 모두 지쳤는데, 하위 고과에 승급 누락까지...

인생 뿌리가 흔들거렸다. 


몇 주 아니 몇 달 넋 나간 사람처럼 고민 속에 지내다 알았다. 

개발 업무가 맞지 않음을, 적성에 맞지 않아 재미없음을.


결심했다, 이 일을 그만두어야지!





1년 뒤 기회가 왔다.

사업부 매각으로 전배가며 만난 마케팅 일, 지난 3년 치 잡무와 고통을 잊을 만큼 일이 재미있었다.

내게 이런 적극성이 있나 싶을 정도로 일을 찾아서, 알아서, 열심히 했다. 좋은 평가도 받았고.


삶은 이렇게 돌고 도는구나.


어렵사리 취직해 안심한 순간 번개처럼 시련이 왔고,

힘든 시간을 버티니 맛있는 과실을 먹게 되는구나.


즐겁고 행복한 구간과 힘들고 아픈 구간을 모두 더하면 0(Zero)이구나.

결국 평균은 0이니 그대로 받아들이자.

좋으면 좋은 데로 그렇지 않으면 또 그런대로.


적성에 맞지 않은 업무와 밴드 승급 누락으로 삶이 크게 요동쳤지만, 그로 인해 인생 업, 마케팅 일을 만났다.

마케팅을 만나 건 행운이고,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해 나갈 거다.





40대 중반, 임시 은퇴!

삶은 여전히 오르락내리락한다.


깜깜한 터널이 와도 이제는 잘 견딜 줄 알았는데..

인생의 엎치락 뒤치락을 알기에 잘 버틸 줄 알았는데..

힘듦은 그저 힘들 뿐이다, 적응되지는 않는다.



요즘은 인생 곡선 그래프에 새로운 관점을 넣어볼까 한다.


내 인생은 어쩌면 빨간 점선처럼, 기준이 마이너스 얼마쯤이지 않을까??!!

대체로 씁쓸하고 가벼운 고통이 깔려있는 날이...


이게 내 삶의 베이스캠프이지 않나??!!

쓰고 아픈 시간이 당연한 거고 즐겁고 좋은 순간은 특별한 거고..

삶의 기준을 바꿔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바꿔야 하는 건 아닐까.



40대가 되면 인생과 삶에 대해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살던 데로 살아나가면 될 거라 어렴풋이 기대했는데,

아니다.

여전히 외발 균형 잡기처럼 쉼 없이 흔들리고 있다.



머릿속에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이 계속 맴돈다.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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