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 오픈
개업 초기에 한가했던 어느 날,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서울영테크 재무상담사 모집 접수 : 2025.03.12. 까지 - 한국 FPSB
필수 지원 자격은 재무설계사 자격증인 AFPK나 CFP자격 보유자이면서, 재무상담 경력이 4년 이상이어야 했다. 우대조건은 월 40건 이상 상담가능자.
서울영테크란, 자산형성이 어려운 청년에게,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맞춤형 재무상담과 금융교육을 제공하여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일반 강좌와 함께 1:1 재무상담 또한 진행되는데, 이러한 1:1 청년 대상 금융 재무상담을 진행할 상담사를 모집하는 공고였다.
나는 예전에 은행에 취업하기 위하여, AFPK라는 재무설계사 자격증을 취득했었다. 은행을 퇴사하고 난 이후에 이 자격증을 계속 가져가야 하나 하는 의문이 많았다. 2년 주기로 보수교육 강의도 들어야 하고, 자격증 갱신을 위한 인증비용도 내야 한다. 그래도 언젠가 또 써먹을 날이 있을지 모르니, 계속해서 2년마다 10만 원씩 내며 갱신을 해왔었다. 그래서 이러한 재무설계 자격보유자로서 해당공고 문자를 받은 것이다.
이 사업은 시행된 지 몇 해가 지났었다. 그래서 법인에 근무할 때도 해당 사업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때는 회사 일과 병행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아 지원하지 않았었다.
'이제 개업도 했으니, 남는 게 시간이잖아?' 하고 덜컥 일단 서류를 내버렸다.
며칠 뒤, 서류 합격 문자를 받았고, 곧바로 면접을 진행했다. 사실 그 당시에는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면접을 가볍게 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면접은 언제나 떨리고 긴장되기는 하더라. 몇 년만의 면접이야. 그래도 하고 싶었던 말은 전부 전달했고,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이 잘 통했는지, 2025년 영테크 재무상담사로 최종 선발되었다.
2025.04. ~ 2025.11. 약 8개월간 서울영테크 재무상담사로서의 역할이 이제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약 100여 명이 넘는 청년들을 상담하면서 몸은 바쁘지만 보람찬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캘린더 일정을 돌이켜보면 이게 가능했다 싶기도 한데, 그걸 해냈네.
상담을 받는 청년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이었기 때문에, 상담 대부분은 퇴근 이후인 평일 저녁시간이나, 주말 오전 오후를 통해 진행되었다. 고로 나는 주중 평일에는 세무사로 본업을 하고, 평일 저녁과 주말 시간은 상담사로서 2가지 직업을 병행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월화수목금금금인 일정이었고, 상담을 많이 한 날에는 연달아 5시간 넘게 한 적도 있었다.
사실 나는 가능하면 세무분야 상담만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사회초년생 친구들이 특별히 세무적으로 궁금한 게 많을 리가 없었다. 전체 상담인원 중 세무적으로 특화하여 상담한 경우는 10% 내외였던 듯하다. 세무 분야로 상담을 신청한 친구들은 대부분 사업을 운영 중인 청년들, 그리고 프리랜서 소득이 있는 청년들이었다. 가끔 디테일하게 증여에 대해 묻는 친구들도 있었으나, 증여자가 아닌 수증자 입장에서의 상담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에, 부모님의 재산 현황 등에 대하여 정확하게 정보를 갖고, 세무상담을 받기를 권했다.
그래서 세무 분야 상담과 동시에 일반적인 사회초년생 자산관리 방법 및 투자의 필요성, 저축 소비습관에 대한 전반적인 틀을 잡아주는 상담을 진행했다. 청년들의 공통적인 질문은 이랬다.
"제 나이 또래 친구들은 평균적으로 얼마나 모았나요?"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 어떤 방향을 갖고 나아갈지 모르겠어요"
"저는 사실 누가 이끌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진짜 잘 따라갈 자신이 있거든요."
뭔가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는 모르는 상태. 수업처럼 과제를 내주면 열심히 할 자신은 있다고들 했다. 그리고 평균을 굉장히 궁금해했다. 사실 주위 친구들이랑은 수입 지출이나 자산현황 공유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나를 대나무숲처럼 여기며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항상 청년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고, 이게 맞는 건지 확인받고 싶어 하며, 뒤쳐지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이 투영된 듯했다.
이 친구들에게 사실 중요한 건 수치가 아니다. 인정과 독려만이 필요할 뿐.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개인별 상황에 맞게 다르게 답변했다. 열심히 저축, 투자 잘하고 있는 친구에게는 조금 더 목표를 상향하여 증가시킬 수 있도록. 그리고 지금 좀 뒤처진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는 충분히 평균 이상으로 잘하고 있으니, 조급해하지 말고 계속하여 자산관리할 수 있도록. 사실 말은 재무상담이었지만, 어쩌면 심리상담도 되지 않았을까.
월급의 최소 절반 이상은 저축하도록 하고, 그중에서 일부 자산은 투자를 해보도록 조언했다. 실제로 내가 투자종목 추천을 해줄 수는 없지만, 스스로 몇 년 내에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산업이나 관심 분야를 선택하고, 가능하면 개별종목으로, 아니면 ETF 투자부터 시작해 보기를 조언했다. 그래도 꾸준한 적립식 투자를 한다면,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투자로 수익을 내기가 쉬운 방법이라고.
25년 3월부터 11월에 이르는 시기동안은 모든 자산의 값이 오르는 에브리띵랠리였다. 재무상담사로서는 상담하기 아주 최적의 시기였던 것이다...
대체로 일단 이 상담을 스스로 신청한 친구들이라면 열심히 할 의지가 있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열심히 귀담아들으려고 하는 친구들이 대다수였다. 올해 사업이 종료되면서, 정성스레 남겨준 친구들의 후기를 처음부터 읽어 보니까, 내 시간 쪼개가며 열심히 활동한 시간이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청년들을 상담하며 겉으로는 내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입장이긴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내가 얻은 점도 많다. 나부터 다시 한번 소비 습관을 개선하고,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기. 나도 지키지 않으면서 조언하는 건 맞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상담스킬도 쌓였을 것이다. 줌미팅 진행방법과 전자계약하는 법은 본업에도 아주 도움이 되었다. 매번 귀찮아서 안 쓰고 있었는데 말이다.
활동을 하면서 중간중간에 느낀 점을 기록하고 싶었으나 도저히 그럴 시간까지는 나지 않았다. 그래도 이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두서없지만 기록해 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올해의 이런 활동이 또 언젠가 어떤 일의 밑거름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
사업 종료한 기념으로, 부캐 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