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by 화이트골드




올 한 해, 쉴 새 없이 달려왔던 일들이 마무리되면서, 12월부터 조금 일상의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러한 여유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


갑자기 여유가 흘러넘치다 보니 한없이 나태해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오히려 나는 바쁠 때일수록 더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하고 싶은 게 많아질수록, 더 타이트하게 스케줄을 관리하며, 모든 것들을 해나가는데. 막상 지금처럼 여유가 생기면, '지금 아니어도 내일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계속 일을 미루게 되는 것이다. 물론 계절적 요인도 한몫했을 것이다. 겨울잠 자고 싶은 동물처럼 이불에서도 나오기도 싫고, 흐릿흐릿한 날씨는 나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든다.


사무실 출근해서 뭐 하다가 가는지 모르겠는 요즘이다. (그래도 출근은 잘함) 나와서 뭔가 끄적거리긴 하는데 스스로 마음에 들진 않는다. 매번 답 없는 고민의 연속들만 이어진다. 브런치도 이제 안 바쁘니 열심히 쓰려고 했는데, 쉽지 않네. 이러다가 갑자기 또 바빠지면 청개구리처럼 열심히 쓸 수도 있다.









그리고 참! 사무실 이사 가야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아니 사무실 벽간소음이 존재하는지 몰랐지. 나 혼자만의 고요한 사무실이 좋았는데, 이웃을 잘못 만날 줄이야... 심각하다. 내가 계약하기 전에는 원래 두 호실을 터서 사용했던 곳이었고, 나눠 임대하면서 다시 각 호실 별로 원상 복구했는데, 그러다 보니 벽이 완벽하게 소음 차단이 안 되는 것 같다. 남편도 저녁에 퇴근하고 놀러 왔다가 얼마나 심하길래 그러냐고 하더니, 실제로 소음 직관하더니 이건 아니라며 인정해 줬다. 내 말이 맞았음을 좋아해야 하는 것인가. 현실이 참담함을 슬퍼해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 다음 사무실 구할 때는 층 전체를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지만 아직 규모가 그 정도는 아니니, 이번에는 방음 잘 되는 곳을 잘 골라봐야지 하며, 오늘도 네이버부동산 임장을 떠난다. 지금 위치도 좋기는 한데, 이 동네에서 계속 더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조금 더 번화가인 상권으로 나갈 것인가 고민이다. 처음 개업할 때랑 마찬가지로, 누구도 내게 답을 주지 않는다. 나 혼자 선택해야 할 뿐. 그래서 더 머리 아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20년도 넘은 현대카드의 광고 문구. 아직도 이 말이 자동완성되는 거 보면, 문구 하나는 진짜 기가 막히게 잘 지었던 것 같다. 올 한 해 열심히 일했으니까 떠나자! 시기적으로 나름 12월 중에서도 바쁘지 않은 주를 선별해서 가는 건데도, 혹시 모르니 노트북은 필수다. 그래도 웬만하면 노트북 들여다볼 일 없었으면 좋겠다. 리프레쉬하고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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