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은 젊지 않아, 마냥 어리지

by 화이트골드




대학 졸업요건에는 복수전공 이수가 필수였고, 나는 복수전공으로 금융학을 선택했다. 신나게 놀며 1학년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취업을 아주 멀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네임밸류 있는 회사에서, 급여받으며 안정적으로 사는 금융인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토록 아주 현실적인 이유로, 복수전공을 선택했다.



그렇게 전공 외 복수전공을 들으며, 방학 때는 틈틈이 금융권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기본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이 있다고 다 취업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준비를 해왔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 4학년 1학기가 되었다. 특별히, 오랫동안 준비하고 싶었던 시험도 없었고, 그렇기에 휴학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20대 초반에는, 1살, 2살 차이도 왜 그렇게 크게 느껴지는지. 밑으로 후배가 입학할 때마다 괜스레 조바심이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빠르게 이뤄야 할 것만 같았다. 그때는 23살만 되어도, 학교에서는 벌써 졸업반에, 내가 약간 고인 물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막상 사회에 나와보면, 정말 너무 어린 나이인데 말이다.




먼저 취업한 30대 선배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학교에만 있으니까 뭔가 나보다 젊은 애들이 자꾸 보이고, 내가 나이만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망언을 했더니, 그 선배가 내게 말했다.


"30대가 젊은 나이고, 너희는 어린 나이지. 20대에는 하고 싶은 것 다 해볼 수 있는 나이라고."



그래, 취업하면 이제 일하느라 마음대로 쉬지도 못하는 거 아냐?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으며, 잠깐 쉬어가자. 그렇게 졸업 전 1학기를 남겨두고, 휴학을 하기로 했다.






막상 쉰다고 휴학했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다. 쉬어본 적 없는 사람이라.


휴학하자마자 하고 싶은 일을 써 내려갔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운전면허 취득. 속전속결로 면허를 취득하고 나니, 단기 목표가 사라졌네? 그래서 또 다른 일을 찾아, 전공을 살려 초등학생 대상 금융교육 봉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전공과는 관련 없지만, 원래 좋아했던 한국사도 공부하고, 영어 점수도 또 만들고... 백수가 더 바쁜 거 맞지? 이렇게 스케줄을 채우다 보니, 6개월이 금세 흘렀다.


분명 처음에는 1년 쉬어보려고 했는데, 막상 6개월 쉬었더니, 이제 쉴 만큼 쉬었다 싶어졌다.




쉬는 것도 능력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내 성격상, 가만히 시간이 흘러가는 걸 못 견디는 성격인가 보다. 그렇다고 막 엄청난 갓생을 살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효율충 정도라고 해두고 싶다.



그리고 바로 복학하며, 취업 준비를 했고, 운이 좋게도 졸업과 함께 바로 은행에 입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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