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정년퇴직

by 화이트골드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면서, 채용공고가 뜨는 회사들 중에서, 관심 있는 여러 회사들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나는 매일마다 작가가 되었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자소설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일지라도 조금이라도 더 흥미롭게, 관심이 가도록 써야 했다. 1차 관문인 서류 전형에 붙기 위하여 머리를 쥐어 짜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당연히 서류를 붙었다고 해도 끝이 아니었다. 남은 몇 번의 면접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피면접자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면접관의 눈에 띄기 위하여, 나를 보여줄 수 있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했고, 결과적으로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최종합격하게 되었다.



최종합격이라는 글자를 마주한 순간, 더 이상 이 힘든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신입 연수를 마친 나는 지점으로 발령을 받았고, 신입행원 병아리 푯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입행원입니다, 조금 느려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내가 발령받은 지점이 특별히 바쁜 지점은 아니었기 때문에, 입사 일주일 동안은 선배들의 배려로, 간단한 입, 출금, 제신고 등만 처리하며, 은행 전산에 익숙해지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처음 급여통장을 개설하러 온 고객님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전에 은행 거래가 없었던, 최초 신규 고객이었기 때문에, 고객정보 등록부터 통장개설, 카드 발급, 인터넷 뱅킹 가입까지 마쳐야 했다. 기본적으로 업무처리에 관한 연수를 받았지만, 막상 실전에서 고객님을 응대하면서 업무처리를 하려니, 등줄기에는 땀이 흘렀다. 애써 얼굴은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멀티가 되지 않는 내 모습을 보고, 손님께서 한 마디를 건넸다.



"신입이시군요, 저는 바쁘지 않으니, 천천히 해주셔도 됩니다."



저 한 마디가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거의 1시간 정도 걸려 업무를 마무리했고, 그래도 실수는 없이 무사히 마무리했고, 그날의 뿌듯함과 고객님에 대한 고마움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입사 후, 거의 3개월 동안은 퇴근 후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새로운 일을 배우고 모든 에너지를 회사에서 쏟는 바람에, 퇴근하고 저녁에는 바로 곯아떨어지곤 했다. 그래도 3개월쯤 지나자, 어느 정도 전산도 손에 익어갔고, 새로운 업무를 하나씩 배워갈 때마다 성취감이 나날이 늘어났다. 그리고 내가 친절히 응대하는 만큼, 고객님들도 나를 상냥하게 대해주셨고, 간혹 트러블이 생길 만한 물론 일도 있었지만, 선배들의 도움으로 잘 넘기고는 했다.





'취업난도 심한데, 그래도 남들이 다 가고 싶어 하는, 이렇게 좋은 직장에 내가 입사를 했다니.'


'일도 재미있는 데다가, 내가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정년까지 잘 다닐 수 있겠다. '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자!'




그렇게 은행 입사 후 생긴 새로운 내 꿈은 정년퇴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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