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생활기록부 떼어보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각 학년 담임 선생님들께서 적어주신 한 줄 평가가 MBTI 평가보다 더 정확하다고. 나도 초, 중, 고 생활기록부를 발급해 봤다. 평가도 재밌게 읽었지만, 그보다 내 눈에 들어온 건 진로 지도상황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내 장래희망은 일관되게 교사라고 적혀 있었다.
어렸을 때의 어렴풋한 기억을 꺼내어보면, 엄마랑 꿈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엄마의 원래 꿈은 뭐였는지, 그리고 나는 뭐가 되면 좋겠는지 물어봤을 때, 엄마가 내가 선생님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그랬다. 엄마도 예전에는 선생님을 꿈꾼 적이 있었다면서.
우리 어렸을 때는 많은 학생들의 꿈이 교사였던 시절이었다. 물론, 지금도 항상 장래희망 순위를 보면 교사는 빠지지 않는 직업인 듯하다. 아무래도 어려서 다른 직업을 접할 만한 일이 없기도 하고, 제일 가까이에서 매일 보는 선생님의 모습을 닮고 싶어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나름 성적이 우수한 편에 속했고, 나라면 무난히 교사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렇게 대학 진학을 앞두고, 그럼 무슨 과목 선생님을 하겠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는 적당히 성적도 잘 나오면서, 좋아하는 과목을 수학이라고 생각했고, 수학교사로 진로를 정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수학교육과의 벽은 높았다. 그래서 일단 수학과에 진학 후, 교육 이수하는 것을 목표로 선회했다. 부푼 꿈을 갖고 입학한 대학교에서 처음 대학 수학을 마주한 후, 그때 알았다.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걸 좋아했던 거지, 수학을 좋아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이를 깨닫게 된 데는 불과 2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진짜로 수학이라는 학문을 사랑하는 수학 천재들 사이에서 나는 일찌감치 현실을 파악하고, 교직 이수의 꿈을 버렸다.
아, 그래서 열아홉의 꿈이 그렇게 사라진 거냐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라고 말하겠다.
사라졌다기보다 이뤘다고 해두자. 그래도 전공 덕분인지 대학 재학 중에 틈틈이 수학 과외를 했고, 학생들에게 나는 선생님이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과외 외에도 봉사활동을 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선생님으로 불릴 일은 꽤 있었고, 현재도 이따금 선생님으로 불릴 일이 종종 있다.
결국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알려주는 걸 좋아했던 나의 첫 번째 꿈이었던 선생님 도장 깨기는 완료했다.
꼭 꿈이 직업이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