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중에 합격자 발표 나면 생기는 일

by 화이트골드


지난주, 63회 세무사 시험 최종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올해 또 이렇게 728명이 새로 배출되었다. 늘 이맘때쯤 되면 벌써 또 1년이 지나갔구나 하면서 내가 합격하던 해가 생각이 난다. 벌써 6년 전.







당시 나는 1차 시험은 가채점 결과로 무난한 합격을 예상했었지만, 2차 시험은 동차로 큰 기대감이 없었다. 그럼에도 후회 없이 동차도 도전해 보기 위해, 1차 시험이 끝나고 3개월 시간 동안 매진하였고, 8월 중순 2차 시험이 끝난 이후에는 그동안에 시험 공부 하느라 못했던 일상의 행복들을 찾아갔다.


미뤄둔 친구들과의 모임, 운전연수, 가족여행, 데이트를 하며, 마치 수능 끝난 고3이 합격자 발표 기다리기 전에 후련하게 놀러 다니는 것처럼 놀았다. 2차 시험은 8월에 끝났지만, 시험 결과는 11월이나 되어서야 나온다. 그래서 발표 전까지는 놀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불합격한다면, 다시 1년을 공부해야 하니 지금밖에 놀 시간이 없었고, 합격한다면 또 바로 일을 해야 하니, 그럼에도 놀 시간이 지금뿐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3개월을 놀았고, 합격자 발표 주간에 나는 일주일 태국여행을 가기로 했다.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만약 떨어진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 여행 중이면 떨어져도 힘차게 극복할 수 있을 듯했다. 그래서 아예 합격자 발표 주간을 전부 여행하기로 했다. 주말까지 포함해서.







어느덧 수요일 아침, 한국시간으로 오전 9시에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태국과 우리나라의 시차는 2시간. 태국이 2시간 이르다. 그래서 태국시간으로 오전 6시 50분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났다. 합격자 발표는 큐넷 홈페이지에서 조회할 수 있지만, 실제로 합격자 발표시간에 맞추어 카톡 알림이 온다고 했다.


발표 5분 전. 두근두근. 너무 떨리는데,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척, 안 떨리는 척, 당시 남자친구인 현 남편에게 나 화장실 좀 갔다 와야겠다 하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양치하고 세수를 하며 5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가 나왔다.


나는 지금 떨려 죽겠는데 내 속도 모르는지, 남편은 노래를 틀어놓고 있었다. 속으로 '아 사람 속 시끄럽게 왜 저래'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이제 확인해야지' 하고 휴대폰을 들었는데, 카톡이 없었다.


'합격했으면 카톡 알림이 상단 바에 떠있어야 하는데...' 하고 숨을 참고 큐넷에 로그인을 했다.


결과는 합격! 안도의 한숨과 기쁨이 그리고 의아함이 교차했다.


"헐!! 합격이다!! 대박!! 아니 근데 왜 카톡이 안 왔지?"


"이 노래 안 들려?"


"뭔 노랜데?"


그제야 귓가에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마마무의 넌 is 뭔들.


"아니 시간 됐는데 네가 안 나오길래, 내가 먼저 휴대폰 딱 봤는데, 카톡이 오더라고. 나 혼자 이거 어떻게 하지?!?! 하고 너무 당황했는데 노래 틀어놓으면 눈치챌 줄 알았지."


아니 내 합격자 발표 결과 조회를 본인이 먼저 하냐고...


나중에 하는 말이 자기가 더 떨렸다고 한다. 혹시나 떨어지면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하나 싶어서. 다행이다. 해피엔딩이라. 바로 카톡으로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합격 소식을 전했다.




카톡은 잘만 왔었고, 그 날 조식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침이 되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합격자 발표가 이뤄짐과 동시에 3일 안에 수습교육사 집체교육을 신청해야 했다. 세무사회에 회원가입을 하고 교육비를 입금해야했는데, 은행 어플은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풀어놔서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로밍을 한 게 아니고, 휴대폰에 태국 현지 유심을 갈아 끼워 놓았던 것. 그래서 회원가입 절차 시 원래 내 한국번호로 오는 본인인증 문자를 받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아침에 근교 투어를 신청해 놔서 차량에서 이동하면서 이 모든 걸 해결해야 했다. 내가 한국에 돌아가면 이미 교육신청기간은 끝난다. 그 순간 내 아이패드가 집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엄마에게 부탁해 아이패드로 들어온 문자메시지에서 본인인증번호 좀 알려달라고 해서 여차저차 교육 신청을 마칠 수 있었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로밍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었다. 아이클라우드 계정 연동 덕분에, 굳이 한국 유심 다시 갈아 끼웠다 하는 번거로움 및 데이터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애플 만만세.



두 번째 문제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대부분 굵직한 대형 세무법인들은 수습 세무사 서류 지원기간이 마감되어 있었다. 나중에 법인 들어가서 대표님께 들었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뽑으려면 빨리 채용해야 한다고, 길게 받아봐야 의미 없다고 일주일 안에 마감하는 거라고 하셨다. 그때는 내가 알았나 뭘. 보통 합격자 발표를 수요일 오전에 하는데, 그 주 주말까지만 접수를 받고, 바로 다음 주에 면접일정을 진행하고 채용확정까지 해버리는 곳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돌아와서 이제 막 자소서 쓰고 지원하려고 보니 막상 가고 싶은 데가 별로 없었다. 사실 세무법인들도 어디가 뭐가 있는지 잘 알지도 못했고, 그때부터 검색에 들어가서, 세무법인 순위 등등 참고하기 바빴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어차피 수습처는 나중에 다 구해진다기에, 여유 있게 하나둘씩 공고 올라오는 거 보면서 지원하기로 했다. 집체 교육은 12월 초부터 시작했는데, 빠르게 이미 11월 말부터 수습처에 입사하여 일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12월 말쯤 한 개인사무소 수습처를 구해, 다음 연도 1월부터 출근했었다.


당시에는 대형 세무법인에서 수습근무할 기회를 놓친 게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결국 나중에 근세로 입사하긴 했었으니까 돌이켜보면 그때 못한 게 커리어에 특별히 문제는 없었다. 법인이든 개인이든 각 수습처의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하니까.





어떻게 보면 내가 합격자 발표일에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건, 혹시나 떨어지면 집에서 너무 우울할까봐 여행을 가야겠다고 나의 기분을 생각했던 것인데, 막상 실제로 불합격했다면 함께 여행 간 일행이 내 눈치보느라 불편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합격했을 때의 플랜을 안 세우고 가서, 합격 후에 해야할 일들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었다.


혹시나 누군가 나처럼 합격자 발표 기간에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플랜 A,B를 세우시길! 이 글을 사실 세무사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에 썼어야 했는데, 타이밍이 어긋나버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세무사는 누구와 협업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