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다이어리 190210 - 됐어

by 백홍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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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혼자도 괜찮아.'가 아니라 '혼자가 더 좋아.'가 된 나는 뭐든 혼자서 하는 걸 더 좋아한다. 그래도 술은 사람들과 마시곤 했는데, 요즘은 술도 혼술을 선호한다. 어쩌다 술자리에 참석하게 되어도 술은 사양할 수 있으면 사양한다. "술을 못 하시나 봐요?"라고 물으면 "잘 못해요. 하하." 하며 대충 둘러대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맥주 한 잔 정도나 마실 뿐이다.

예전에는 호프집이나 이자카야의 분위기를 좋아해서 그것만으로도 술자리의 가치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냥 조용한 집에서 음악이나 영화를 벗 삼아 마시는 게 제일 좋다. 안주를 준비하거나 치우는 게 귀찮으면 스몰비어 같은 데서도 마신다. 의외로 혼자 마시는 사람들도 종종 있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서 좋다. 지금은 이렇지만 20대 때는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었다. 특히 20대 초중반에는 친구들과 만나면 아침까지 마시기도 하고, 처음 본 사람들과도 술을 마시면 친해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은 이렇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술 먹고 실수하지 말자는 생각도 한몫하지 않나 싶다. 누구나 술 마시고 흑역사 몇 번은 써 보지 않았나. 나도 그랬다. 술을 한창 마시고 다녔을 때 굵직한 흑역사도 몇 번 생성한 데다, 말실수도 매번 했던 것 같다. 이상하게 필름은 끊기질 않아서 다음날 아침이 되면 그 실수들이 숙취보다도 더 날 괴롭혔다. 그렇게 마시고 후회하고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과 술 마시는 것이 꺼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혼밥을 하고 혼영을 하고 혼술을 한다. 나는 이렇게 완벽한 혼자가 되어가고 있다. 사람 사이에서 불편하기보다 혼자 편하기를 택한 나는 얼마나 더 외로워질 수 있을까. 편안한 외로움, 즐거운 고독. 이토록 즐거운 고독을 품고 나는 또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어쨌거나 여기까지는 왔다. 대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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