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며 가장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려 보면, 대다수가 아주 조용했던 시간들이다.
7년 전 어느 여름의 아침, 보성 녹차밭의 그 적막함과 촉촉한 공기에 정신이 아득했던 기억. 노르웨이 여행에서 하룻밤을 보냈던 아주 작은 마을의 강가에 앉았던 기억. 덴마크 어느 성 안에 아무도 찾지 않는 야외 휴게공간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었던 기억. 그리고 몇달 전 템플스테이에서 방안에 홀로 깨어 절 뒤로 흐르는 계곡물소리를 듣던 기억. 이 소중한 기억들은 모두 아주 고요하고 적막하며 고독한 시간들로 채워져 있다. 사람이 만드는 소리라고는 내 발소리 뿐인 곳, 물소리와 새소리와 바람소리만 가득한 곳은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이렇게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종종 도시의 소음을 견디기가 힘이 든다. 사람들이 밀집된 공간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마구 뒤엉킨 소음은 그 중에서도 특히 힘들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그저 노래로만 들으면 충분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는 나는 정작 상당히 시끄러운 편이다. 목소리도 큰 편이고 말도 빠른 편이고 크게 웃는 편이다 보니, 사실 조용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나는 사실 도시의 주요 소음 발생원인 것이다. 그래서 더욱 혼자 있는 게 좋기도 하다. 혼자서는 말을 거의 하지 않고 내 목소리도 들을 필요가 없으니.
가끔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꼭 조용한 시골 같은 곳을 떠올린다. 탁트인 전망과 자연이 만드는 소리만 있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 어느 한적한 곳. 그런 곳에서 지나가는 강아지 고양이와 잠깐씩 수다나 떨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현실적인 문제가 개입하면 자연스레 사라지게 된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벌레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도시의 편리함을 포기할 수가 없다. 도시의 편리함에 변두리의 고요함을 갖추고, 자연의 다른 것은 있되 벌레는 없으며, 안전까지 보장된 곳을 원한다. 정말 욕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