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들어서니 여기저기 널브러진 옷가지들이 나를 반긴다. 고백한다. 나는 청소가 싫다. 이사 온 지 3달 차. 깨끗하던 방은 몇 주 전부터 슬슬 기존의 내 방으로 변하는 중이다. 기존의 내 방이라 함은, 옷가지들은 제멋대로 널려 있고 방 청소는 생각날 때만 가끔 하며 물건이 엄청 많은데도 뭔가를 찾으려면 어디에 있는지 몰라 한참을 찾아야 하는 그런 방을 말한다.
이사 직후 잠깐 동안은 나름대로 깨끗한 집 상태를 유지했다. 집 청소도 매일 하고, 옷들은 깨끗이 개어 놓고, 사용한 물건은 바로바로 정리했다. 하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 법. 하루 이틀 청소가 밀리는 날이 많아지고, 옷은 벗자마자 일단 아무 데나 널어놓기 시작했다. 그래도 며칠 정도 어지르는 것은 괜찮다. 마음먹고 치우면 되니까. 문제는 지금처럼 너무 어지러워진 후다. 이럴 때에는 그 ‘마음먹기’가 참 힘들다.
그러지 않아도 만사가 힘이 들고 귀찮은 요즘인데, 어지러운 방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더욱 어지럽다. 이런 경우에는 낮은 목표를 세워 하나씩 이뤄 보자는 내용을 만화에 그린 적이 있었다. ‘하루에 옷 하나씩 치우자.’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하루에 옷 하나씩’ 치우는 걸 매일 하지 못하는 것이 게으른 자들이다. 그리고 게으르지만 한꺼번에 확 깨끗이 치우고 싶어 하는 것도 게으른 자들의 특징이다.
누구나 더러운 것을 싫어하듯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계속 내가 싫어하는 환경을 만드는 걸까. 생각해 보면 살면서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그중 하나가 내 공간을 꾸미고 가꾸는 것이다. 그 소중한 일을 왜 내팽개치고 마음이 불편한 공간을 만드는지. 처음으로 내 돈으로 자취를 하면서 내 공간이 생겼을 때가 생각난다. 방 안에 창문 하나 없어서 아침에도 컴컴했지만 나에게는 그 공간이 너무 소중했다. 작은 나의 공간을 쓸고 닦고, 깨끗한 방 안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평온하고 행복했다. 물론 그것도 처음 몇 달이었지만 그때의 마음을 되새기며, 지금 나의 공간을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청소가 귀찮은 게으른 자들이여. 내일은 깨끗한 내 공간을 위해 잠시 부지런 떨어 보는 것은 어떨까. 욕심부리지 말고 옷가지 하나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