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11 - 콩콩

by 백홍시


KakaoTalk_20190722_002408345.jpg

1. 오늘은 집에 오는 길에 내릴 정류장에서 일부러 내리지 않았다. 그냥 계속 타고 먼 바다에나 갈까 생각했다. 그런데 몇 정류장 더 가다 보니 아차, 돌아올 때 피곤하겠다 싶어서 그냥 내렸다. 가서 즐거울 것을 생각하지 않고 돌아올 때 피곤할 걸 생각하다니 마음이 늙어버렸나 보다. 어차피 바다에 가도 내 고민들은 던져버리지 못하는 것도 이제는 알고 있다. 결국 근처 쇼핑몰에서 커피나 마셨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고민들은 사라지지 않지만, 이왕이면 가까운 데서 편하게 기분전환하는 것이 낫다. 체력이라도 아끼려면.

2. 가슴이 답답해서 주먹으로 콩콩 두드리니, 숨어있던 마음이 저를 부르는 줄 알고 고개를 내민다. 나는 오랜만에 고개 내민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안절부절못하는 불안을 안아 주고, 울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법을 모르는 우울도 쓰다듬어 주었다. 가장 크기가 큰 죄책감은 내가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그저 더 커지지만 말라고 속삭였다. 답답한 마음을 콩콩 두드리니 마음들이 답을 구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도 모른다며 어깨만 으쓱. 그저 마음만 쓰다듬었다.

매거진의 이전글잡문 10 - 어떤 하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