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산다. 관광명소도 많고 여름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부산에 산다. 하지만 부산 시민인 나는 내가 사는 곳 이외에는 잘 모른다. 가본 적 없는 곳도 많다. 아마 누구나 그럴 것 같다. 내가 사는 지역에 좋은 곳이 있어도 어째 잘 가지 않게 된다. ‘놀러 간다’라는 기분이 안 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 30여 년을 산 나보다도 부산에 관광 몇 번 와본 사람들이 부산의 가볼만한 곳에 대해 잘 알 것이다.
오늘은 동생과 어느 높은 곳에 있는 카페에 갔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도착하는, 전망대보다도 높은 곳에 있는 카페.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꾸며진 루프탑 카페에서는 부산을 한눈에 볼 수가 있었다. 해가 있을 때도 예뻤지만 해가 지고 나니 야경은 더욱 장관이었다. 까만 밤하늘에는 구름들이 떠다녔고 그 아래에는 수많은 불빛들이 수놓은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졌다. 이쪽에서 부산의 야경을 본 것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본 부산은 내가 아는 곳 같기도, 모르는 곳 같기도 했다. 부산에는 다리도 참 많다. 부산항대교, 남항대교, 영도대교... 나도 이름은 다 알지만 정작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른다. 집 근처에 있는 광안대교야 워낙에 많이 봤지만, 다른 다리는 건너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또는 건넜어도 주의력이 부족해 잘 모르기 때문.) 동생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는 지도 어플을 보고 각도를 재 가며 이 다리가 저 다리네 하며 다리 맞추기를 했다. 무슨 다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부끄럽지만 오늘 처음 알았다.
내가 사는 곳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나는 무엇을 알고 사나 싶다. 생각해 보면 그냥 산다고 알게 되는 것은 별로 없다. 내가 나서서 알려고 하지 않으면 아무리 근처에 있어도 잘 모르게 되는 것이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이라든지, 어떤 깨달음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냥 살면 놓치게 되는 것들이 너무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러 가 보지 않은 동네로 찾아가 야경을 보는 것처럼 어떤 움직임들이 필요하다. 꼭 몸이 아니더라도 마음의 움직임, 알려고 하는 의지 같은 것 말이다. 관광객들이 나보다 부산의 명소에 대해 잘 아는 것은 그들이 알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익숙한 것이라도 알고 보면 모르는 것이 많을지도 모른다. 알고 싶은 것들을 향해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면, 알고 싶지도 않은데 저절로 알아지는 것들에 마음을 다 써 버릴 수도 있다. 그러면 내 마음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