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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홍시 Sep 12. 2020

잡문 90 - 약속된 시간


참을 수 없을 만큼 기다려지는 내일도

오지 않았으면 하는 절망적인 내일도

절대로 앞당겨지는 일도

절대로 미뤄지는 일도 없이

약속한 그 시간에 정확히 온다.


시간이 변함없이 약속을 지키는 동안에

나는 엇을 지켜냈나.


시간이 굴러간 자국들을 겨우 뒤따라가며

시간아, 시간아, 천천히 좀 가렴.

되뇌고 되뇌어도

시간은 약속한 속도대로 정확히 가네.


이토록 성실한 시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살려면

나도 무언가 하나는 지켜야 할 터.

내가 지킬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나의 마음 하나.

작고 쪼그라든 대추 같은 마음 한알.


오늘도 그것 하나 지켜보자고

참 용썼다.

정말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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