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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홍시 Aug 28. 2020

잡문 85 - 이미 받은 많은 것

이제 가지에 달린 열매를 너에게 준다.
남에게 줄 수 있는 이 기쁨도 그냥 받은 것.
땅에서, 하늘에서, 주위의 모두에게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마종기 <과수원에서> 중에서


마종기 시인의 <과수원에서>라는 시를 라디오에서 듣고는, 내가 그냥 받은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다. 내가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무언가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되지 않나.


나는 오늘 커피값을 지불했다.

그 돈은 어디서 받았나.

나의 회사로부터 받았다.

회사에게 나의 노동을 주고서.

나의 노동력의 출처는 어디인가.

거슬러 올라가면 나의 손발과 건강이다.

그것들은 태어나며 받은 것이고.



태어나며 그냥 받은 것들 덕분에 나는 오늘 공짜 커피를 마신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그리고 덕분에 오후 시간에 졸지 않고 또 노동을 했고.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생각해 보면 너무도 고마운 것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고민 없이 마실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하루는 충분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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