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84 - 자두 두 알

by 백홍시

냉장고 구석에 그 커다란 반찬통 안에

뭐가 있는지 나는 알지.

크기에 비해 가볍디 가벼운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나는 알지.


썩어가는 자두 두 알.


아니, 어쩌면 이미 썩어있을지 몰라.

썩었는지 썩지 않았는지 르는

그것은 슈뢰딩거의 자두.


하지만 내가 그것을 사놓은 지는 한 달이 지났고

마지막으로 그것을 꺼내 먹은 지는 이주가 지났고

그때부터도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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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도

썩어가는 자두 두 알.

꺼내보기 전 까지는

버려야 할지 쓸만한지 모르는

마음속 자두 두 알.


하지만

마지막으로 꺼냈을 때에는 그 역시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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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구석에 그 커다란 반찬통 안에

뭐가 있는지 나는 알지.

크기에 비해 가볍디 가벼운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나는 알지.


썩어가는 자두 두 알.

썩어가는 자두 두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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