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달빛의 <어른처럼 생겼네>라는 노래를 듣다가 문득 거울을 보았다.
아, 그러게. 나도 이제 나이가 보이네.
거울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에는 조금 서글프다.
이제 어느 곳에서도 어린 티가 나지 않는 얼굴.
서글픈 지점은 그곳이 아니라 그에 걸맞지 않은, 어른처럼 생기지 않은 생각이다. 가사에도 나오듯이.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어쩌면 늘 10대 소녀 일지 모른다. 그런데 거울 속에 아직 있는 줄 알았던 소녀는 어디로 갔나. 자라지 않은 마음은 여기에 그대로 두고 그 소녀는 대체 어디로 갔나.
아직 자라지 못한 마음이 연거푸 팔을 저어 시간의 강을 헤엄쳐갈 때, 거울 속 나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구나.
따라잡지도 못하게 빠른 속도로.
그 괴리가 문득 서글픈 어느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