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에게도 코로나 블루는 온다.
외톨이도 혼자 불금에 펍에서 혼술은 하고, 핫플 카페도 가고, 여행도 가고, 절에도 가고 그랬었으니까.
그 모든 것들이 못 하게 되었거나, 하기 꺼려지게 된 지금의 외톨이에게는 진정 외톨이가 될 일밖에 남지 않았지.
모임에 가지 않아도 될 핑곗거리가 생겨서 좋은 것은 인정.
아무튼, 어쨌거나, 외톨이에게도 코로나 블루는 온다구.
뭐, 따지자면 이 외톨이의 마음은 원래가 블루였고.
보자. 진짜 참 트루 사실을 말해 보자면 아주 사상 최악의 블루인데, 왜 그런지는 몰라.
가을이라 그런지도, 환절기라 그런지도.
"왜? 무슨 일 있어?"
라고 묻는다면, 아니. 아무 일도.
아무 사건이 없는 채로 이렇게 우울하고 불안해도 되는 걸까? 이렇게까지?
나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하다가 괜히 부끄러워지고 민망해지곤 하지.
나의 우울은 언제나, 대상 없는 미안함이 드는 감정.
언젠가 우울하지 않은 날에, 햇살이 잘 드는 어느 평일 낮에, 아주 작은 3층 건물을 통째로 쓰는 카페의 2층에서 낯선 음식을 먹던 기억이 나.
손님이라고는 나뿐인 그곳의 아주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따뜻해했던 봄날이 생각이 나.
그런 기억으로 지금을 버텨.
이런 날이 지나면 그런 날이 또 오겠지.
파랑이 어느새 조금씩 옅어져 보랏빛으로 변해가고 있을 그날을 기다리며.
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의 블루도 견디어 본다.
아주 안오진 않을 거라 믿어 보며.
간절히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