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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홍시 Oct 01. 2020

잡문 94 - 질투와 스마트폰과 마음의 평화

1.

잠들기 전 무심코 SNS를 보다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한, 전에 알던 누군가의 소식.
엄청난 질투가 일다.
나는 내 삶이 뭐 대단히 허접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 어디 내놓기 딱히 자랑스럽지는 않다.
물론, 그래. 모두가 각자의 고민과 사정이 있겠지.
그렇기에 SNS는 위험한 것이다. 그런 고민과 사정은 온데간데없이 멀쩡해 보이니까.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참작해 마음을 토닥여보려 해도 이미 일어버린 질투는 잠잠해지지 않네.

잠잠해진다면 그 또한 우스운 일 아닌가.

'그 사람도 알고 보면 나름의 어려움이 있을 거야.'

이 따위 지레짐작을 하며 질투를 잠재우고 있을 내 모습은 더욱이 우습기 짝이 없다.

이미 생긴 질투. 그냥 받아들이고 인정하기로.

그리고 이놈의 스마트폰은 없애버리든지 해야겠다.


2.

스마트폰 하니 생각나서 하는 말인데, 최근 이놈에 대해서 굉장히 안 좋은 인식이 생기고 있는 중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흔히 칭하는 '온라인 세상'에 대해서.

사실 나는 인터넷이 발돋움하던 시기부터 인터넷과 친하게 지내온 세대이기도 하고, 그때부터 홈페이지를 운영하기도 하면서 꽤나 활발하게 온라인 활동을 하기도 했던 사람이다.

대학 시절에 소소하게 일을 따냈던 것, 지금 소소하게 만화 일을 하고 있는 것 모두 온라인 세상에서 활동한 덕분이다.

누구도 관심 가지지 않는 글을 세상에 내놓으며 일명 '아마추어 작가' 타이틀을 앞에 붙일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요즘 나는 스마트폰이니 SNS니 하는 것들에 조금 질려버렸다.

얼마 전에는 일언반구도 없이 SNS와 브런치 모두 폭파시켜버리고 싶은 충동 또한 들기도 했다.

이유는 복합적인데, 간단히 말하자면 '지나치게 솔직한 나의 글'이나 '나의 실수'까지도 '영원히' 남아버릴 수 있는 온라인의 특성이 조금 무서웠다고 할까.

아무튼 나는 조금 도망가고 싶어 졌다.

유일한 대화창구가 이곳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실명과 한 글자도 같지 않은 필명을 쓰는 주제에 뭐가 그리 무섭다고 꽁무니를 빼려는지, 나 자신도 조금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늘 말했듯이 나는 지나치게 겁쟁이니까.


거기다 SNS 눈팅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접하게 되기도 하고, 남의 TMI도 보게 되고.

그런데 그것을 또 안 보려 해도 안 보게 될 수도 없는 것이 사람에게는 호기심이라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어젯밤처럼 질투가 일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또 괜한 감정 소모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또 또 이런 조금 부끄러운 글을 브런치에다 쓰게 되고 말이다.

아.

마음의 평화를 갖고 싶다.


3.

카톡 정도는 없애고 싶다.

일만 없다면.

다들 이런 생각은 한 번쯤 해 봤겠지?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는 것 같아서 좋아 보여요.
저는 뭐, 전과 같아요. 하하.
내부 사정은 늘 그렇듯 별로 좋지는 못 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조금 질투가 드네요.
아니 사실 많이요.
그쪽의 삶이, 제가 살고 싶은 삶의 방향과 비슷한가 봐요.
죄송해요. 못난 마음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잘 지내시길 바라요.
이건 100% 진심입니다.
저도 잘 지내길 바랍니다.
100%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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