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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홍시 Nov 22. 2020

잡문 97 - 부끄러움에 관한 부끄러운 글

나의 죄책감은 뿌리가 깊다네.

나의 부끄러움은 역사가 길다네.

열일곱의 곱절을 살아놓고 아직 열일곱.

나의 17년은 다 어디로 갔나.

붉어진 얼굴로 써보는 작은 반성문.


철없고 징징대고 나쁜 기운을 퍼뜨리고 다니지.

위축되고 자신감 없고 실수투성이지.

일도 못하고 사람들과도 못 지내.

주변에는 민폐를 끼쳐.


요즘 왜 이럴까 생각해 봐도 답이 없어.

주름이 생겨버린 거울 속 아이는 대답을 못해.

부끄러워 터질 것 같은데 터지지도 않고 살아있네.

그냥 이대로 사라질까 해도 쉽지가 않아.


뭐가 그리 심각해.

그냥 살면 되는걸.

그래도 뭘 어떡해.

이렇게 생겨 먹은걸.


이 글도 나의 부끄러움이 되겠지.

아무 말이나 똘똘 뭉친 부끄러운 글 뭉치.

이런 글이나 던질 수밖에 없는, 정말이지 사라지고 싶은 오늘.


그렇든 말든 해는 뜨고 나는 살아.

나는 살아.

나는 살아.

나는 살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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