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죄책감은 뿌리가 깊다네.
나의 부끄러움은 역사가 길다네.
열일곱의 곱절을 살아놓고 아직 열일곱.
나의 17년은 다 어디로 갔나.
붉어진 얼굴로 써보는 작은 반성문.
철없고 징징대고 나쁜 기운을 퍼뜨리고 다니지.
위축되고 자신감 없고 실수투성이지.
일도 못하고 사람들과도 못 지내.
주변에는 민폐를 끼쳐.
요즘 왜 이럴까 생각해 봐도 답이 없어.
주름이 생겨버린 거울 속 아이는 대답을 못해.
부끄러워 터질 것 같은데 터지지도 않고 살아있네.
그냥 이대로 사라질까 해도 쉽지가 않아.
뭐가 그리 심각해.
그냥 살면 되는걸.
그래도 뭘 어떡해.
이렇게 생겨 먹은걸.
이 글도 나의 부끄러움이 되겠지.
아무 말이나 똘똘 뭉친 부끄러운 글 뭉치.
이런 글이나 던질 수밖에 없는, 정말이지 사라지고 싶은 오늘.
그렇든 말든 해는 뜨고 나는 살아.
나는 살아.
나는 살아.
나는 살아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