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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홍시 Apr 04. 2021

잡문 101 - 나는 어쩌면

미안하단 말만 남기고 돌아서고 싶은 밤에,

아, 당신은 진정 나를 이해했던가요.


당신만은 나를 이해한다 믿었던 어느 날에,

버려졌던 내 마음을 당신은 다시 주워 주었지만,

아, 당신은 나를 진정 이해했던가요.


먼지 속을 나뒹구는 마음을 모른 척 방치하는 어느 날에,

아, 나는 진정 나를 이해하는가요.

나는 진정 나인가요.


잘못된 것이라곤 하나 없는 어느 밤에,

나는 끝끝내 잘못되고야 마는 마음을 내던지고 싶어 져요.


살아있는 것이 오류처럼 느껴지는 어느 밤에

내 옆으로 비는 내리고

나는 당신의 품으로 파고들지만

당신이라고 나를 이해할 텐가요.


비가 내려요.

나는 어쩌면 비가 아닐지요.

땅으로 처박혔다 증발되고야 마는

나는 어쩌면 비가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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