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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홍시 Apr 17. 2021

잡문 102 - 밤이 도망가는 새벽에

밤이 도망가는 새벽에 홀로 깨었네.

깊은 바다 같은 짙은 파랑

목구멍에서 숨이 달랑달랑.


허겁지겁 숨을 들이마시고는 바깥을 보니

저 멀리 보이는 희미한 불빛 하나.


잠들기를 기다리는 것인지

서둘러 깨어난 것인지 나는 몰라요.

다만 당신의 불빛에 그제야 내가

삶 위에 서 있음을 깨달아요.

나는 내가 죽은 줄로 알았지 뭐예요.

녹아 파랑에 스민 줄 알았지 뭐예요.


이런 생각을 하는 중에 밤은 달아나

하이얀 아침 새소리가 인사를 하네.


밤아,

언제쯤 너를 잡아볼 수 있을까.


숨이 깔딱대도 좋으니 나는

도망가는 네 꽁무니를 쫓고 싶다.

물이 차올라도 좋으니 나는

 품에서 한참이나 있고 싶다.


밤이 도망가는 새벽을 놓쳐 버렸네.

가쁜 숨을 내쉬며 나는 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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