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소중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 버둥댔다.
이유 없는 곳에서 이유를 찾으려 땅을 파다
결국에 찾지 못한 밤의 동굴에서는
어김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사랑했던 것들을 떠나보내면서 슬퍼했지만
사실 사랑은 이미 떠난 지 오래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때 내뱉은 사랑한단 말이 거짓은 아닐 터.
그 순간의 진실되고 또 진실된 진심.
한때 진실이었던 언어는
이토록 갑자기 거짓이 된다.
그래, 어쩌면 모든 진심들은 순간에 불과할지 몰라.
진심에서 진심으로 이어진 돌다리를
잘 밟고 건너는 것만이 진실된 삶을 사는 법일 지도.
그러면서도 나는 또다시 물고기들에게 꾀여
거짓의 강물로 뛰어들고 마는 것이었다.
지나간 시간들을 여전히 손에 쥔 채.
더 이상 소중하지도 않은 그것들을
끝끝내 손에서 놓지 못한 채.
지나간 것들의 무게에 이끌려
손 쓸 새도 없이 가라앉으면서도,
진심을 모르기에 진심으로 살 수 없는 나는
그나마 쥔 것을 놓지 않으려 더 꼭 쥐며
어차피 다 가짜야,
스스로에게 못난 위안을 건넸다.
그러면 잠깐은 웃는 얼굴을 할 수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