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를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보이는 것

팀장 기록

by 백호랭이



팀장이 되자마자 과거를 후회한 점이 한 가지 있다.


팀장님 반면교사 노트를 주니어 시절부터 적어둘걸..

나는 반면교사 노트를 '퇴사한 이형' 유튜브 채널을 보면서 알게 되었고 팀장이 되기 2년 전부터 적었던 것 같다. 내가 적었던 팀장 반면교사 노트는 생각보다 매우 의외로 짜잘한 것들이 적혀있다.


[팀장님 반면교사 노트]

1. 팀원들에게 사내카페 포인트를 아끼지 않는다

2. 사내카페 포인트는 팀원들에게 베풀어라

3. 차상위 리더 지시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팀원들에게 리더의 의도를 납득 시켜라

4. 유관 부서 팀과 관계를 좋게 형성해라

5. 소통 창구를 마련 했다면 지속 유지 하라

6. 팀원들 앞에서 노는 모습이나 한가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

7. 기사나 아아디어, 업무 참고용 링크를 던질 때 요약해서 팀원들이 그 링크를 안봐도 알 수 있게 팀원들의 시간을 단축 시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라

8. 중요한 행사가 종료 되었다면, 결과가 어떻든 현장에서 최대한 고생 많았다며 격려하라. 실망한 낮빛을 드러내지 마라

9. 플래닝의 경우 정해져있는 결과물이 없을 경우 조급해 질 수 있음. 그렇다고 본인이 너무 조급해함을 드러내지 마라 팀원 본인이 일의 대한 주인의식이 있는 경우 보통 팀장보다 더 조급해 지기 마련. 조급해하는 팀원을 위해 서폿하거나 안정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본인이 조급함을 드러내는 순간 팀원은 팀장의 그릇을 의심한다

10. 타 팀원과 비교가 되거나 비교가 연상되는 언급은 하지 말것 언뜻 말한 그 이야기는 팀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본인의 자질을 의심하게 됨


오랜만에 노트를 다시 보니 웃음이 나온다. 저 반면교사 노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번과 2번이다.

‘사내 카페 포인트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그걸 두 개나 맨 앞에 적었을까?’

당시 팀장님은 사내 카페 포인트가 남으면 바리바리 집안 살림을 챙겨 가곤 하셨다. 햇반이라든지, 음료수라든지. 팀장님에게는 팀원 두당 2만 원씩 더 배정되는 포인트가 있는데도 아마도 본인 포인트로 살림살이를 챙긴 것이리라... 생각한다. (물론 우리에게 많이 베풀어 주셨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서 ‘사내 카페 포인트로 집안 살림을 챙겨가는 짜친 팀장님’ 이미지로 남았다는게 현실이다.


나도 어느 면에서는 이런 짜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팀장이 된 후로는 사내 카페 포인트 만큼은 초과 사용해도 전혀 아깝지 않다는 마인드로 바꿨다.

‘팀장 반면교사 노트’를 주니어 시절부터 적었다면, 그땐 또 어떤 것들을 적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한편, 나는 우리 팀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 생각하면 가끔 두렵다.



회식자리에서 떠오른 리더십의 아이러니

나는 지금의 우리 실장님을 업무적으로 존경한다. 일도 잘 처리하시고, 차상위 리더와의 소통으로 실무가 막힘없이 질주하게끔 하는 능력이 탁월한 분이다.

그런데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동료 직원이 실장님 험담을 하는 걸 들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안주를 고르는 밸런스가 너무 엉망이다.”

업무적으로 깔 게 없으니 이런 걸로 비판하는 건가 싶었다. 이쯤 되니 정말 리더는 ‘욕먹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리 완벽한 리더십을 갖췄다고 해도 사람마다 보는 시선이 다르고, 그중 일부는 어딘가를 험담하고 싶어 하니 말이다.



성과 평가 시즌, 결국 ‘태도’가 결정한다

1월은 작년 한 해 성과 평가 시즌이다. 팀원들에게 피드백을 작성하며 가장 크게 느낀 건 역시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똑같이 고생했고, 똑같이 힘들었지만 모두에게 공평한 고과를 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럴 때 돋보이는 게 바로 태도다.

예를 들어, 한 팀원은 업무량이 많음에도 동료들의 업무 할당이 과중되면 자신에게 더 할당해도 괜찮다고 역제안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가 보여준 태도는 진심이었다.

그는 늘 내가 하는 말에 적극적으로 임했을 뿐 아니라, 동료들의 의견에도 진지하게 반응했다. 이런 팀원에게 좋은 평가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있을까?

결국 실장님께 그를 어필해 기대 이상의 점수를 받게끔 전략적으로 설득에 성공했다.



나의 리더를 돋보이게 만드는 사람

팀원으로서든, 팀장으로서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다.

‘나의 리더를 돋보이게 만드는 사람이 되어보자.’

올해는 나도 우리 실장님이 조직에서 더 돋보일 수 있도록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정리 중이다.
리더십의 핵심은 결국 ‘좋은 관계 형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존경하지 않는 리더십을 누가 진심으로 따르겠는가. 마찬가지로, 나를 따르는 팀원들도 내가 존경받을 만한 리더인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극도로 싫어하지만 않길.. 바랄 뿐이다.)

지금 내가 해야 할 건 분명하다.
팀원으로서, 그리고 팀장으로서 나의 리더와 팀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리더는 욕먹는 자리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욕을 먹고 있을까? 아니면 칭찬받고 있을까?

그 답은 결국, 내 하루하루의 행동에 달려 있지 않을까.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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