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훈 선수 인터뷰 같은 글, 쓰고야 만다.
소설 쓰기 입문반에서 단편 소설 쓰기를 배우고 있다. 지난주 수업에서 내 습작 소설에 대한 합평(피드백)을 받았다. 합평받을 때는 항상 긴장된다. 수정 피드백을 받는 게 더 좋다는 걸 알면서도 (글이 더 나아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에) 잘 썼다는 말을 듣고 싶다. 습작인 내 소설을 읽고 또 읽었다. 수정할 부분이 많지 않은 것 같았다.
드디어 수업시간. 내 소설의 합평이 끝났다. 수정할 곳이 많다.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할 것 같아 막막하기만 하다. 게다가 합평해 준 거의 모두가 뺐으면 좋겠다고 말한 에피소드는 내가 가장 정성을 다해 쓴 에피소드였다. 주제와 결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와, 이거 정말 문제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일이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언젠가 또 좋은 기회가 온다.’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의 성취가 그 사람의 잘남과 노력으로만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타고난 환경과 재능이 있고 또 시기적절함과 운이 작용한다. 거기에 노력이 더해져 좋은 결과가 나온다. 그러니 일이 잘 풀린다고 자만하거나 어깨를 으쓱할 필요가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이 이상하게 막 안 될 때가 있다. 일이 안 되려니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그럴 때 ‘내가 그렇지 뭐. 이상하게 잘 풀린다 했어.’라고 할 게 아니다. 그럴 때도 자기 일을 묵묵히 하며 그 시기를 넘기면 또 좋은 흐름을 탄다. 소설 안에서 그런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내 소설은 ‘성공은 운이다’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오, 오해입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게 아니에요. 자신의 자리에 성실히 서 있지 않으면 운이 와도 소용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수훈 선수 인터뷰 같은 이야기였다. 야구 경기가 이길 경우, 그날의 승리에 가장 공이 큰 타자 한 명, 투수 한 명을 수훈 선수로 뽑는다. 수훈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를 한다. 우리 팀이 이긴 날은 수훈 선수 인터뷰까지 꼭 챙겨 본다. 야구 선수들의 개인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는데 인터뷰 때는 그 선수의 목소리와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인터뷰에는 감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어떤 감독과 코치와 선배 덕에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는 말을 한다. 자신의 오늘이 단지 자신의 공만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자신은 하던 대로 한 것뿐이고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그 선수가 통과한 시간이 눈앞에 그려진다.
이상하게 안 풀리는 경기가 있다. 그런 경기가 연달아 있을 때도 있다. 잘 때린 안타가 하필 수비수 정면으로 가서 잡힌다. 투수가 몹시 잘 던진 공인데 상대편 타자가 그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알고 때린다. 투수의 잘못이 아니다. 그냥 상대편 타자가 잘 친 것뿐이다. 그런 게 하나, 둘 쌓여 점수를 잃는다. 응원하던 팬들이 욕을 한다. 그러니까 그럴 때가 있다.
그런 시간을 지나 또다시 이기는 경기를 하고 수훈 선수가 된다. 그럴 때 리포터나 캐스터는 선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최근 여러 경기가 잘 안 풀렸는데, 그때 느낌이 어떠셨나요?
질문을 받은 선수는 열이면 열, 비슷한 대답을 한다.
-거기에 연연하지 않고 하던 걸 하려고 했습니다. 제 플레이를 잘하려고 더 집중했습니다.
소설에 쓰지 못한 이야기를 여기에 쓴다. 일이 잘 풀린다고 자만할 것도, 일이 안 풀린다고 움츠러들 것도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면 된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이건 남에게 해주기 전에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세상이 자신에게만 혹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낙심하지 말고 자신의 일을 하라고 힘을 보태주고 싶은 이야기.
“연승이니, 연패니, 하는 흐름에 휩쓸리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 준비만 되어있다면, 분명히 좋은 기회가 온다고. (곧 나올 책, **쪽)”
그럼 이제 난 내 일을 하러(미뤘던 습작을 고치러) 가봐야겠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미뤄둔 일이 생각나신 분이 있다면, 툭툭 털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러 가시기를. 그 모든 분을 연대하는 마음으로 지지하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