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 말고 불편함

소비를 부르는 소비

by 최미영

올해는 비가 엄청나다. 최장기간의 50일 장마, 그리고 태풍이 와서 비가 잦다. 비가 오는 날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비가 오면 일단 눅눅하고, 우산이라는 짐이 늘고, 젖는 게 싫어서 말이다.


특히나 어릴 때의 기억이 비를 더 좋아하지 않게 했다. 내가 어릴 때는 비가 오면 내리는 비를 맞으며 뛰어다니는 사람이 많은 시절이었다. 나는 원래 비를 맞는 것을 싫어했기에 비를 맞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우산을 챙겨서 다녔고,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으면 집에 전화해서 엄마가 우산을 가지고 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날, 우산을 쓰고 수학 보습학원에 가고 있는데, 지나가던 차가 물웅덩이를 지나가면서 나에게 폭포를 내려주고 갔다. 그날따라 장마철이었는데, 흰색 얇은 면바지를 입고 있었고, 그 바지가 전체 다 젖어버리는 사고가 있었다. 학원에 가는 길이라 어쩔 수 없었고, 그 상태로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들었는데, 찝찝한 기분과 불쾌한 마음으로 하루가 갔었다. 그날 이후로 장마철에는 긴바지를 잘 입지 않았으며, 특히 흰 바지는 기피하는 옷 중에 하나가 되었다.


비는 나에게 그다지 좋은 기억을 준 적이 없기에 비 오는 날은 즐거운 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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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바닥이 젖고 실내에서 젖은 바닥이 되지 않도록 입구에 우산을 담을 수 있는 비닐을 비치하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우산을 접어서 우산을 담는 비닐에 우산을 넣어 실내로 들어간다. 조금 생각이 있는 사람은 우산을 둘둘 말아서 물기를 털어서 비닐에 우산을 넣어 실내로 들어간다. 우산을 담는 비닐은 3단을 우산을 위한 짧은 비닐과 장우산을 위한 긴 비닐 두 가지가 비치된 경우가 보통이고, 최근 비닐 사용이 자제되면서 다른 우산 털이 기구가 위치하는 경우도 있다.


여하튼 이 우산 비닐이 다회용이 아니기에 한 장소에 들어갈 때 담고, 나올 때면 빼서 버리니 이렇게 낭비가 심할 수가. 때론 비가 오지 않아서 담긴 채로 들고 다니기도 하지만, 거의 그런 경우보다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비 오는 날 소모되는 우산 비닐도 꽤 될 텐데 물만 묻어 있는 깨끗한 비닐들이 버려지니 이것만큼 아까운 자원이 없지 않을까.


그래서 개발된 게 우산을 터는 기구. 양쪽에 극세사가 되어 있어서 우산을 양쪽으로 비벼서(?) 털어주면 물기가 제거된다. 많은 양의 물기는 아래로 떨어지고, 비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니 이 제품이 유용하지 않을까 싶은데, 귀찮아서 그냥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이것도 무용지물이겠지. 어떤 물건이라도 사람들이 제대로 사용해 주면 좋은데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불편한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파란색 비닐우산도 현재는 볼 수 없고, 편의점에 가면 흰색 비닐우산만 만날 수 있으며, 우산의 종류도 다양해서 거꾸로 접는 우산과 3단 자동우산 등 다양한 우산들이 즐비한다. 더 편한 세상을 위해서 자꾸만 소비해야 하는 요즘. 물건이 없어져도 찾지 않는다. 비 오는 날 우산 잃어버리는 것은 예삿일. 잃어버린 물건을 찾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다시 새로운 것을 사기 위해 일부러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소비력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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