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점점 개체수를 늘려간다

by 최미영

중학교 때 주말이면 엄마의 흰 머리카락을 뽑았던 기억이 난다. 엄마의 흰 머리카락을 뽑으면 하나당 10원씩을 계산해 주신다며 뽑아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대신 검정 머리카락을 뽑으면 100원을 주는 걸로 하고 말이다. 엄마가 머리숱이 적어서 검정 머리카락에 대한 집착이 있으셨던 거 같다. 그때는 생각 없이 용돈벌이 한다는 생각으로 흰 머리카락을 뽑았던 거 같다. “엄마 흰 머리카락이 많다”하면서 말이다.


내 머릿속에서 흰 머리카락이 보이는 순간, 울컥했다. 나도 나이를 먹는 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사촌 오빠와 언니는 환갑이 넘었는데, 흰 머리카락이 많지 않다.(언니, 오빠인데 환갑이 넘은 이유가 아버지가 막둥이라 그렇다. 사촌 오빠와 언니는 아빠의 형(셋째)의 자식들이라 나이 차이가 크다) 그들 말로는 유전이라고 한다. 가족력인 거 같다고 하는데, 나는 왜 마흔인데 벌써 흰 머리카락이 많이 보이는 걸까. 특히 마흔에서 마흔 하나로 넘어가는 올해에 엄청나게 많이 났다. 처음에는 삐죽삐죽 올라온 흰 머리카락이 싫어서 보이는 족족 뽑았다. 왜 흰 머리카락은 빠빳한 게 튀어나오는지 검정 머리카락 사이에서 튄다.


마흔이 되던 해 친구들을 만났는데, 만난 친구 중에 한 명의 머릿속에 흰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야, 왜 흰 머리카락 안 뽑아?”라고 물었더니,

“그 머리카락까지도 소중해. 뽑아버리면 머리숱이 줄어들잖아.”라 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흰 머리카락까지 소중했다. 그 이후에는 웬만하면 족집게를 꺼내지 않는다. 그냥 흰 머리카락도 내 머리카락이라 생각하고 지낸다.


근데 신기한 건, 머리를 감으면 검정 머리카락은 잘 빠지는데, 흰 머리카락은 빠지지 않고, 머리카락을 말릴 때면 툭 튀어나온다. 밉상!


친구들과 대화도 언제부턴가 탈모, 흰머리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어떻게 하면 탈모를 막을지, 흰머리가 나는데 어떻게 할지 그런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건 내가 나이 먹었다는 증거?


요즘은 60대, 70대 할머니들도 머리카락이 검다. 다들 염색을 하시기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머리를 염색하지 않으면 폭삭 늙어 보여서 그런지 다들 열심히 염색을 하신다. 보통 염색은 1~2달에 한 번씩 해야 할 정도. 친정 엄마에게 물어보면 염색한 달 다음 달은 파마, 그다음 달은 염색 이렇게 한 달에 한 번씩 격 달로 하신다고 한다. 이렇게 염색하면 깔끔하긴 한데, 염색약이 독해서 피부가 약한 사람은 눈이 따갑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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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편찮으시기 전에는 검정 염색을 하셨는데, 요즘은 염색을 하시지 않으니 백발. 아이들에게 할머니는 보통 검정머리인데, 백발이 된 할머니를 보더니 아이가 처음에는 너무 놀라더라. 요즘 백발 할머니는 흔한 스타일이 아니기에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 내가 결심한 것은 아예 처음부터 염색을 하지 않고, 흰머리가 나면 나는 대로 그냥 살아볼까 생각한다. 검정머리 사이에 난 흰머리가 젊었을 때는 새치라 불리지만, 이제 내 나이만큼 흰 머리카락으로 공존해야 하니, 그냥 살아보고 싶다. 최근에 배철수 아저씨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기념사진을 찍으신 거 보니, 백발로 멋있더라.

백발의 멋진 아줌마, 할머니로 천천히 늙어가고 싶다. 아주 천천히. 근데 올해 초 코로나19로 아이들과 집에 계속 ‘자가격리’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흰 머리카락이 많이 늘어나서 튀어나온 아이들 몇 가닥만 뺀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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