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그리고 커피

커피의 시작

by 최미영

마흔과 커피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마흔 살에 바리스타가 된 것일까?

마흔에 커피로 인생이 바뀐 걸까?

이런 의문을 남길 거 같다. 나에게 커피는 어른이 되면 먹는 것이었다. 엄마는 어릴 때 ‘커피를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단다.’라고 말씀하셨다. 엄마 말을 너무나 잘 듣던 나는 커피를 전혀 입에 대지 않았다. 일부러 피했다. 머리가 나빠지지 않으려고 말이다. 대학교 가서도 커피는 입에 대지 않았다. 그때쯤이면 ‘어른이니까 엄마 말 정도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라는 반항심이 생길만한데 먹지 않았던 마음가짐을 유지했다. 커피는 내 인생에 없었다.


가끔 ‘더위**’이나 ‘커피 껌’을 먹긴 했다는 게 함정이지만 커피와 관련된 것은 관심이 없었다. 그 당시 카페에 갔을 때 커피는 리필이 되는데, 그 외의 음료는 리필이 되지 않는 게 불만이었다. 그리고 커피는 저렴한데, 그 외의 음료들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도 또 다른 불만사항 중 하나였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불편했던 점은 회사에 취직하고 나서 거래처에 가면 으레 커피를 타 주셨는데, 먹지 않으니 항상 거절했던 점이다. 자연스럽게 줬던 커피 한 잔이 어색함을 주었다. 너무 불편한 자리에서는 한 모금 마시기도 했는데, 한 모금 마신 날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불편해서 힘든 날이었다. 커피 카페인이 나에게 주는 불편함이기도 했다. 이것이 카페인 거부감이라고 할 수 없는 게, 홍차의 카페인이나 녹차의 카페인은 부담 없이 받아들였기에 고 카페인이라 그런가 보다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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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만 마시면 두근거림 때문에 아무리 졸리고 힘들어도 기피했었는데, 어느 날 커피가 내 인생으로 들어왔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엄마들의 모임 자리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다들 커피를 마시는데, 혼자 다른 음료를 마시기가 조금 불편했다. 그래서 우연히 시작하게 된 게 커피였다. 물론 그전부터 조금씩 커피를 마셔보기 시작했다. 인간관계의 원활함을 위해서. 사람을 만날 때면 으레 마시는 커피, 나도 한번 도전해 볼까 싶었다. 조금씩 마셔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커피믹스로 시작했다. 달달하니 커피 사탕이나 아이스크림에서 맛보던 맛이었다. 먹을만했다.


커피를 조금만 마셔도 잠을 자지 못하고 불편했던 내가, 믹스커피 한잔 정도는 괜찮았다. 믹스커피에서 원두커피를 마시고 조금씩 커피 양도 늘려보았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쓰다는 느낌이 들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연하게 흐려진 맛을 조금씩 즐기기 시작했다. 내 나이 마흔이었다.

커피는 내 인생에 없다고 할 정도로 기피하던 음식이었는데, 먹기 시작하니까 좋아졌다. 식후에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입안을 깔끔하게 만든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피하는 것은 여러 잔의 커피 마시기, 그리고 저녁시간에 커피 마시기다. 여전히 기피하는 방법으로 커피를 마시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신랑만 커피를 마셨었는데, 같이 마시기 시작하니 서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차 안에서 드라이브할 때도 편하게 커피만 챙기면 되어서 좋다. 물론 신랑은 진한 커피를 즐리고, 나는 연한 커피를 즐기지만 같은 것 공유한다는 느낌이 좋다.


처음에는 까페라떼, 카페모카, 캐러멜 마키아또 등 커피의 메뉴조차 어려웠다. 지금은 나의 취향을 알고 상황에 따라 커피를 마실 정도는 되었다. 아직 원두의 종류나 로스팅 상태에 따른 맛의 차이를 알진 못하지만 커린이는 탈피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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