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초보자
당신에게 흰머리는 어떤 의미인가?
흰머리가 나는 순간 할머니라고 할 수 있을까?
멋진 스타일의 사람이라고 칭찬을 하는가?
뽑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할까?
흰머리는 정말 먼 미래의 내가 가질 수 있는 것 중에 하나, 나이 먹음의 증거, 되도록 피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였다. 헤어스타일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인상을 좌지우지하기에 흰머리는 기피하고 있었다. 머리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이번 기회에 알았다. 처음에 한두 개가 났을 때는 뽑기 바빴다. 머리숱이 없었지만, 삐죽 나와 있는 흰머리가 싫었다. 왠지 나이 들어 보이고 늙었다는 느낌이었기에 되도록 보이지 않게 뽑았다.
어느 순간 주체할 수 없이 많이 나니 뽑는 게 무서웠다. 예전에 흰머리를 하나 뽑으면 두 개가 난다고 하더니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특히 흰머리는 곱게 나지 않고, 꼬불꼬불하게 나고, 검정머리 사이에 삐죽 올라와서 나기에 더 눈에 띄었지만 이제는 뽑지 않는다. 그 머리카락까지 뽑으면 내 머리카락이 얼마 안 남을 것 같아서 말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흰머리가 나도 그냥 그대로 살면서 백발 할머니가 되고 싶지만,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점점 많아진다면 염색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염색을 한다면 검정이 나을까? 집에서 할까? 샵에 가서 관리받고 하는 게 낫나? 이왕이면 한 번도 안 해본 빨강이나 보라로 해볼까? 각종 생각이 그득하다.
아까 까지만 해도 흰머리에 대해서 부정적 이였지만, 금세 긍정적이 된 나.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어차피 나이 먹어서 생길 흰머리 조금 일찍 낫을 뿐이고, 그 상황을 피할 수 없으니 즐겨보자는 생각이다. 염색약 때문에 눈이 따갑고 힘들다는 어른들의 말을 들으니, 집에서 천연 염색을 해볼까 싶기도 한 흰머리 초보자.
어느샌가 유튜브에 ‘천연염색’을 검색하고 있는 천연덕스러운 나다. 커피물을 들이면 좋다더라, 어떤 효소를 넣어야 좋다더라 하는 카터라 통신만 가득하지만 내게 정말 잘 맞는 염색법이 있을 거라며 찾아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흰머리든 검정머리든 많이만 나아라 싶은 심정의 요즘, 너무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서 걱정이다. 흰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잘 챙겨서 풍성한 머리카락으로 늙어가고픈 마음이 가득하면서 주방으로 가서, 검정머리가 많이 난다는 레시피를 뒤적여본다.
검정 머리카락은 잘 빠지는 데 흰머리카락은 잘 빠지지 않는다면서 투덜대지만, 머리카락 색깔보다는 개수에 집중해야 하는 요즘 두피 마사지, 머리카락에 좋은 음식을 챙기는 40대 아줌마.
10년 전 결혼식장에서 들었던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요즘, 내 머릿속이 하얗게 될 정도로 우리가 오래 살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