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떡에 파 하나로 행복했던 시절.....
텔레비전을 켰는데, 큰 자기와 작은 자기가 나와서 '난리 났네, 난리 났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큰 자기와 작은 자기는 유퀴즈의 유재석과 조세호다. 유퀴즈가 아닌 프로그램인데, 이게 뭐지? 싶었는데..... '난리났네, 난리났어'가 유퀴즈의 스핀오프로 나온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여하튼, 빨간색 옷을 입고 나온 그들.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야심한 밤에 떡볶이에 군침이 줄줄. 동시에 예전의 맛, 옛날 떡볶이가 생각났다.
때는 국민학교 시절. 학교 앞에는 분식집이 꼭 있었다. 그때는 다른 메뉴는 거의 없었고, 떡볶이 한 가지. 그것도 밀떡으로 만든 떡볶이에 대파 몇 개가 끝. 국물이 흥건하고, 초록색 접시에 담겨 나오는 게 포인트. 가끔 비닐에 쌓인 접시에 떡볶이가 나오기도 한다. 쌓이는 그릇을 순식간에 헹궈서, 다음 손님의 음식이 담겨 나왔다. 좁은 가게에 열댓 명 남짓의 아이들이 복작복작 떡볶이를 먹었다. 자리가 없으면, 떡볶이를 볶는 불가에 서서 먹기도 했다. 가게 앞에, 그릇을 들고 먹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때는 그냥 그 자체로 행복했다.
친구들과 돈을 모아서 50원, 100원어치를 사 먹던 시절. 공중전화가 20원이었으니, 100원은 큰돈이었다. 정확하게 계량된 떡볶이. 항상 개수가 정해져 있었다. 가끔 대파가 함께 오면 행운의 날. 친구 5명과 함께 먹던 떡볶이는 꿀맛이었다. 20년이 지나 알게 된 사실은 떡볶이 속의 대파는 모두가 좋아했다는 거. 그때는 한 친구가 좋아한다고 그 친구를 위해 양보했던 생각이 난다. 국민학교와 중학교는 바로 옆에 있었기에 이 떡볶이 가게는 9년간의 추억이다. 친구들과 예전 생각이 나서 그 가게 이야기를 해보지만, 그 시절 떡볶이집주인 아주머니는 할머니가 되고.... 그 가게는 어느 순간 사라졌다.
여고시절의 떡볶이는 학교 매점의 떡볶이와 학교 앞 분식점의 떡볶이다. 매점의 떡볶이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신 학교 바로 앞 문방구의 떡볶이는 컵떡볶이로 평범했던 기억이 난다. 또 하나는 여대 근처에 있던 우리 학교는 주변에 먹을거리가 많았는데, 그중에 조금은 덜 번화한 길가에 있던 분식집이 생각난다. 그 이름은 "해피하우스". 갑자기 생각나서 검색했는데, 역시나 없어진 가게. 하긴 졸업하고 몇 년 뒤에 갔을 때도 없었다. (그때가 그리웠나 보다, 검색까지 해본걸 보면.)
그 가게의 특징은 짜장 떡볶이. 떡볶이는 항상 빨갛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의 떡볶이는 까맸다. 그 떡볶이에 짬뽕 라면을 먹으면 정말 죽음이다. 처음 만나본 짜장 떡볶이는 항상 그리웠고, 자주 사 먹던 분식이었다. 그 이후로 짜장 떡볶이는 몇 번 만났지만 그 맛은 아니었다. 요즘도 종종 집에서 해 먹지만 여고시절 친구들과 먹었던 그 맛은 나지 않는다.
그 이후에도 나의 떡볶이 사랑은 계속되었는데, 대학로의 유명한 깻잎 떡볶이는 아는 사람마다 데리고 갔던 기억이 있다. 성대 앞의 HOT 떡볶이도 기억나고, 정신병원이 있다고 소문이 났던 길음동의 즉석 떡볶이를 학원 친구들과 사 먹었던 기억도 난다.
요즘은 찾기 힘든 즉석 떡볶이, 그리고 정말 추억 속의 맛있는 떡볶이가 그리워지던 밤이었다.
(사진으로 나마 위로하려고 했는데... 사진이 뒤죽박죽 정리가 안되어 있어서 포기. 분명히 깻잎 떡볶이 사진은 있을 텐데 말이다. 내 사진의 50%의 지분이 음식 사진이기에..... 여하튼 이로써 사진 정리를 해야 할 명분이 생겼다. 거의 만장이 넘는 사진일 텐데... 2021년 안에 해야 할 일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