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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나의 새벽별 Apr 07. 2022

시간의 마법을 믿으세요?

시간을 들이다

생애 첫 수영 레슨을 다녀온 아이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오열했다.

이것은 필시 수영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시간 동안 걱정의 기다림이 끝나고, 아이에게 연유를 물었다.

아이가 오열했던 이유는 잠수가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옆 라인에서 7살 동생의 멋진 자유형을 보면서 아마도 더 자괴감을 느꼈을 테다.

그러나 한 번에 쉽게 되는 일이 어디 있으랴.

(물론 한 번에 쉽게 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 우리는 그런 사람은 재능이 특출 나다고 말하며 영재 혹은 천재라고 부른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시간은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시간을 들인다'는 의미이다. 어떤 일이 능숙해지거나 잘하게 될 때까지 시간 나의 노력을 녹여낸다는 말인 것이다.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꼭 어떤 과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관계에 있어서도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유효한 말이 된다.


오늘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과 나의 미래에 대하여 진심 어린 조언과 응원을 해주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해주는 말들은 공기 중에 휘발되지 않고, 서로의 마음에 가닿았다.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쫀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친구와 내가 함께 녹여온 오랜 시간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깊게 맺어지는 관계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관계를 긴 시간에 녹인다면 더욱더 끈끈한 관계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당연한 일이다.)


인간이 부여받는 것 중에 가장 공평한 것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시간을 제대로 잘 쓰는 사람은 시간 마법의 힘을 아는 사람이다.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간을 들여 나의 노력을 녹여내는 사람만이 시간의 마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의 마법을 믿는 사람은 잘하지 못하거나 늦되는 것에 조바심 나지 않을 것이며, 시간과 자기 자신에 대한 분명한 믿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제야 나는 시간의 마법을 믿는다. 그래서 나이 들어가는 것이 조금은 기대가 된다.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는 시간의 마법을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인생이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세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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