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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나의 새벽별 May 16. 2022

삶의 불확실성과 나의 불완전함을 사랑할 수 있을까?

<숲 속의 자본주의자>를 읽고.

20대에 나는 꽤 도전적이고 변화 지향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했다. 실제로 그때의 내가 그랬을 수도 있고, 젊음의 패기였을 수도 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육아라는 세상 무거운 짐을 지게 되면서부터 새장에 갇힌 새가 되었다.

갑갑했고, 슬펐다. 지겨웠고, 괴로웠다. 어디를 향해 있는지 알 수 없는 원망을 했고, 가끔은 절망했다.  

이 상황만 바뀌면 나는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자유만 주어지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우리에게는 생각보다 많은 자유가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내가 결정하는 순간 이미 능동의 세계로 넘어간다

예전이든 지금이든 나에게는 항상 자유가 주어져있었다. 다만 망설이고 두려워했을 뿐이다. 소유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포기하기가 어려워졌다. 잘 살고 싶은 욕망이 커질수록 공포가 나를 억눌렀다.


나는 과연 변화와 도전을 추구한 적이 있긴 했던 걸까? 돌이켜보니 모든 것은 철저한 계획 아래 진행되었다. 나에게는 늘 차선책이 2개 이상 존재했다. 삶의 불확실성과 나의 불완전함을 사랑하기는커녕 동경해 본 적조차 없었던 것 같다.


책 안의 말이 쑥 나와 내 심장을 쿡 하고 찔렀다.

나중에 후회하는 게 왜 문제지? 원래 인생에서 뭘 하든 후회하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하고 불쌍해지기도 하는 거 아닌가?


삶은 그냥 사는 것이다.

어차피 잘 사는 삶이란 없다. 가끔씩 후회하고, 한 번씩 상처받고, 어쩌다가 불쌍해지기도 하면서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인생은 '잘' 살 수가 없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고, 1프로의 오차도 없는 확실한 삶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삶이 그렇다. 그 불확실함을 사랑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한다. 나쁜 일을 방지하려고 사는 게 아니라, 나쁜 일은 일어나겠지만 그래도 삶의 구석구석을 만끽해서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그렇게 살았을 삶을 사는 게 목적이니까



어제 냉장고에 있던 캔 콜라를 꺼내다 바닥에 떨어뜨렸다. 캔 한쪽에 구멍이 나면서 순식간에 콜라 환장 폭죽이 온 집안에 터졌다. 다시 시간을 되돌린대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장장 한 시간에 걸쳐 콜라를 닦아내며 마음을 달래기 위해 생각했다. '다행이다. 며칠째 청소를 안 했던 게. 어제 청소했으면 얼마나 억울할 뻔했니.' '글 소재 하나 추가요! 콜라 사건으로 글을 써야겠다.'  


그래서  일이 이 글과 무슨 상관이냐고?

삶은 불확실함과 나의 불완전함의 연속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였다. (어떻게든 이 글과 콜라 환장 대잔치 사건을 엮고 싶었다.)


나는 이제 삶의 불확실성과 나의 불완전함을 조금 사랑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삶에는 성공과 실패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나의 삶'만이 있는 거니까.


P.S. 아무튼 당분간 콜라는 못 마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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