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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Jun 13. 2021

그날, EP03-10화

믿을수 없는 사실

- EP03-09화에 이음-



"소장님! 소장님!"



무전기에서 박 상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왔다.



"박 상사! 우리 지금 지하 10층 입구 앞에 도착했다! 지금 상황이 어떤가?"

"소장님! 아직 내부로 들어오지 않으셨으면 더 이상 진입은 하지 마십시오!"

"그게 무슨 말인가! 놈들에게 밀릴 수도 있는데 무슨 말이야!"

"지금 지하 10층 내부에서 전투를 시작한다면 우린 모두 몰살당할 것입니다!"



박 상사가 계속 상기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평소의 박 상사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전투를 하면 안 된다니!"

"잘 들으십시오. 혹시 지하 1층부터 수색하며 내려오셨습니까?"

"아닐세. 지상 통제실에서 CCTV로 지하 10층에 있는 자네들의 모습을 보고 바로 내려왔지."

"이곳, 놈들의 번식처고 배양소입니다. 지하 1층에서 인간의 몸을 이용해 번식을 하고 인큐베이팅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단지 자신들의 번식에 이용할 뿐입니다. 그때 사용되는 사람은 이미 죽었지만 신체는 살아있게 해서 자신들의 신체를 구성하게 되는 DNA의 복제에 사용합니다. 더 이상 인큐베이팅에 사용될 수 없는 신체는 바로 폐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하 1층에서 복제되는 놈들은 덩치가 작은놈들입니다."


"아, 아니 어떻게 그런!"


김 소장과 우리는 박 상사의 이야기를 들은 후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박 상사에게 수연의 소식을 물었다.


"박 상사님! 남수입니다. 그럼 수연이는요! 찾으셨나요?"

"네. 찾았습니다. 그런데.."



박 상사가 말 끝을 흐렸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왜요! 찾았는데 왜요! 무슨 일이 있어요?"

"남수 씨. 너무 충격받지 마세요. 수연이가. 수연이가 아닙니다."



박 상사는 이상한 말을 했다. 수연이가 변했다니,


"자세히 좀 말씀해 보세요! 변했다는 게 뭐예요! 지금 어디 있어요? 안쪽으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아닙니다. 아직 들어오지 마세요. 사실, 수연이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놈들은 수연이를 이용하고 있어요."

"네? 알아듣게 좀 이야기하세요!"


나는 박 상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수연이를 이용하고 있다니요! 박 상사님! 조금만 차분히 이야기해 주세요!"

"직접 들어가 봅시다. 지금 내부에서는 박 상사도 제어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네 아저씨. 그게 나을 거 같아요. 수연이를 구해야 하잖아요!"



나는 김 소장과 동현이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박 상사의 말은 무슨 뜻이지? 수연이가 수연이가 아니고 놈들이 수연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인질로 삼고 있다는 그런 것인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지하 10층 내부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퉁! 투퉁!"

"콰아앙!"

"후드득!"



이건 수류탄 소리가 아니었다. 마크가 가지고 있던 소총에는 유탄발사기가 달려있었다. 이 둘을 믿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소장님. 들어가시죠. 그래야 수연이도 구할 수 있고 두분도 구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시죠. 그럼 들어갑니다."



나는 동현이에게 산탄총을 주며 말했다.


"동현아 이 총, 반동이 무지 셀 거야. 권총이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신 위력이 좋으니까 가까운 거리에서 사용해야 해. 자기 방어용으로. 알았지?"

"네."


"들어가시죠."



나는 김 소장에게 말을 하며 정면을 보고 있는 김 소장의 어깨를 살짝 잡았다. 보통 시가지 전투를 할 때 하는 신호였다.



내부에는 온통 나무줄기 같은 것이 휘감고 있었다. 그 나무줄기 같은 것이 입에 박혀 공중에 매달려있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고 그들의 배는 모두 불러있었다. 입구를 지나 발코니 같은 곳을 다다르자 지하 10층의 내부가 보였다. 높이는 3개 층을 합쳐놓은 것과 같았고 넓이는 배구장 만한, 상당이 큰 크기였다. 중앙에는 최초에 지구에 온 놈을 살게 환경을 만들어 주었던 철제 케이지가 보였고 내부에는 나무줄기 같은 것이 가득했다. 중앙 부근에는 교전을 벌인 흔적이 있었고 탁자와 연구실 장비 같은 것들이 어지럽게 쌓여있었다. 발코니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그때 중앙에서 검은 물체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으악!"

"철컥!"


우리는 놀라 그 검은 물체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길이가 20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나무줄기가 뻗어있었고 알 수 없는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때 무전이 날아왔다.


"소장님! 남수 씨! 지금 어디이십니까!"

"박 상사님. 저희 발코니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이게 뭔가요?"

"저희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금방 올라갑니다!"



나는 겨누었던 총을 아래로 떨굴 수밖에 없었다. 검은 물체 앞부분에서 수연의 모습이 보였다. 눈은 감고 있었지만 슬픈 모습을 하고 있는 그리고 그동안 봐 왔던 놈들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다른 날렵한 모습의 놈이 있었고 커다란 날개를 가지고 있어 날아다닐 수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고 총을 쥐고 있던 손에도 힘이 빠졌다.



"어, 어떻게.. 수연이가.."

"지금 저 모습이 수연 양이 맞습니까?"



김 소장은 나를 향해 물어왔지만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저 모습이 수연이라고 확신을 할 수도 없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때 동현이가 몸을 날려 나를 옆으로 낚아챘다.



"아저씨! 피해요!!"

"콰과광!"


수연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놈이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손을 들어 올렸고 곧이어 무언가 날아와 우리가 있던 발코니를 박살 냈다.


"으윽!"

"후드드득!"

"소장님! 괜찮아요? 아저씨! 정신 차려요! 아저씨!"

"남수 씨!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저 모습이 수연이라고 하면 구해내야 하잖아요!"

"또 날아와요!"


"콰앙!"



동현이는 나를 붙잡고 계단 아래로 뛰어내려 갔다. 나는 아직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날고 있는 수연이에게 시선이 고정되어있었고 동현이에게 이끌려 계단을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이곳에 잠시 있으세요. 저희가 시선을 좀 끌어보겠습니다."



어쩌면, 어쩌면 나는 수연이를 딸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나와 아내는 아이를 갖고 싶어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생기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를 했고 시험관 아기까지 몇 번이나 했지만 아이는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수연이를 처음 본 날, 아내를 너무나도 닮았던 그 모습에, 아내와 닮았던 행동에 성격도 비슷해 나는 내심 수연이를 딸이라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수연이가 납치되었고 고비를 넘겨가며 찾아왔지만 수연이는 놈들에게 잡혀 조정당하고 있었다.


동현이와 김 소장은 수연이를 매달고 있는 놈의 시선을 끌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동현이가 놈의 시선을 끌면 김 소장은 뒤쪽으로 돌아가 수연이를 들고 있는 놈의 뒤편을 향해 총을 쏘았다.



"타타탕!"

"피피 핑!"


김 소장이 쏜 총은 놈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김 소장이 동현이를 향해 소리쳤다.


"동현아! 놈에게 총알이 소용없는 것 같아! 내가 시선을 끌 테니 산탄총으로 공격을 해봐!"

"네!"


김 소장은 동현이에게 소리치고 놈을 향해 총을 쏘며 뒤쪽으로 달아났다. 놈은 몸을 돌려 김 소장을 쫒기 시작했다.


"휘익! 후우웅!"

"으윽!"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는 놈이 만든 바람의 힘이 상당했다. 바람에 맞아 집기들이 뒤쪽으로 날아갔고 동현이도 뒤쪽으로 살짝 밀릴 정도였다. 그때, 박 상사에게 무전이 들어왔다.



"남수 씨!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남수 씨!"


김 소장은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지금 1층 계단 안쪽 공간에 있어! 뭔가 충격을 받았는지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다네!"

"아 네! 소장님! 그럼 제가 남수 씨를 구하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그놈 저희가 가지고 있는 화력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어요!"

"알았네! 잠시 시간을 끌 테니 남수 씨를 구출하면 알려주게!"



무전이 끝나자마자 놈은 김 소장을 향해 손을 들어 무언가를 쏘았다.


"우우웅! 콰앙!"

"으악!"



무전을 마치며 달려가고 있던 김 소장의 뒤편에 놈이 쏜 것이 떨어졌고 그 충격으로 김 소장은 앞으로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으윽. 도대체 저놈이 쏘는 게 뭐야!"

"콰앙! 콰앙!"

"파파팍!"


동현이가 김 소장을 쫒고 있는 놈을 향해 산탄총을 쏘아댔다. 파워가 상당히 좋았지만 놈은 전혀 대미지를 입지 않았다.


"박 상사님! 빨리요! 남수 아저씨를 구하고 나가세요! 전 소장님을 구하고 뒤따라갈게요!"


나는 계단 아래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어 시선은 수연이를 향해 있었다. 김 소장을 향해 공격하던 모습도, 동현이가 놈에게 총을 쏘는 모습도 보고 있었지만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때 박 상사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곤 박 상사는 나를 부축해 일어났고 마크는 뒤편을 엄호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박 상사에게 의지하며 그곳을 벗어나고 있었다.



-EP03 11화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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