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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Jun 28. 2021

그날, EP03-12화

어쩔 수 없는 선택

-EP03-11화에 이어집니다-



"출입문, 열립니다."

"지이잉"



지하 1층 입구에 서서 박 상사는 출입문의 열림 버튼을 눌러 문을 열었고 우리는 사주경계를 하며 천천히 진입해 들어갔다. 김 소장과 내가 CCTV로 보았던 그곳을 실제로 보니 더욱 음침하게 느껴졌다. 하얀색 페이트가 칠해져 있던 벽면은 회색으로 변해버렸고 수연을 묶어놓았던 것 같은 나무줄기들이 온통 복도와 벽면을 휘 감싸고 있었다. 침실로 사용되던 방은 모두 비어있었고 LED로 만들어진 전등은 군데군데 파괴되어 흐느끼듯 깜빡이고 있었다.


침실 끝을 지나 식당 입구까지 수색을 마친 후 우리는 경계를 풀었다.


"배양실로 사용되었던 침실인데. 비어있네요. 현재 이곳은 안전한 것 같습니다."


박 상사가 뒤돌아 우리를 보며 이야기했다.


"그럼, 이곳에서 사람들을 이용해 놈들이 진화했다는 말씀인가요?"

"네, 아까 마크와 제가 내려왔을 때에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조금 전 수연 양과 동화를 한 놈과 교전을 하고 난 후 놈들이 대거 이동이 있었을 때 모두 나온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또 이곳을 채울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양손으로 파지 하고 있던 소총을 한 손으로 들며 이야기했다. 이 사태가 일어난 지 몇 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놈들은 아직 제거되지 않았고 인류는 멸망의 위기에 빠져있다. 그간 영화에서 봐왔던 인류 멸종에 대한 영화도, 지구에 대 재앙이 오는 그런 영화도 많이 봐 왔지만 이런 전개로 지구가, 인류가 멸종할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한쪽 머리가 지끈거렸다. 한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몸 앞으로 내리자 삼 점 벨트에 묶여있던 소총이 어깨에 둔탁한 무게감을 주며 배 앞으로 툭 떨어졌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이지? 모든 나라가 무너졌다. 우리의 힘 만으로 이들과 상대하기엔 너무 벅차다.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해.'


눈을 감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양 손으로 눌러가며 지압하고 있는 나에게 박 상사가 말했다.


"일단 이 식당에서 몸을 풉시다. 이럴 시간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 우리로서는 계획을 잘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수연 양도 구해낼 수 있고 괌을 어쩌면 우리 인류를 구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박 상사 말이 맞네. 일단 이곳에서 잠시 체력을 회복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놈들에 대해서 파악도 하고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곰곰이 생각했다.


'사람들 말이 맞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또 갑자기 놈들을 만나봤자 허둥지둥 대면서 놈들과 싸워 이기는 것뿐이야. 소모적인 전투로는 우리가 이길 수 없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요?"


나는 김 소장을 보며 입을 열었다. 김 소장은 마시던 수통에서 입을 떼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그러고 보니 며칠째 먹지 못하고 있었다. 온통 신경이 놈들과 수연에게만 맞춰져 있어 곡기를 입에 넣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와 동현이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분명 이런 시설에는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는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고 우주 탐사를 떠날 때도 보급이 되었을 것이니까.


"쿠당탕! 텅! 텅!"

"으읏!"


동현이가 주방에 있는 캐비닛을 열었을 때 내부에 있던 통조림류가 우수수 떨어졌다. 모두 우주에서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식품들이었다. 동현이는 나를 한번 보고는 멋쩍은 웃음을 보이고 그것들을 한데 모아 식당으로 나갔다. 놀란 가슴을 쓸며 캐비닛 문을 닫고 나가는 순간이었다.


"쿵!"

"꾸으으윽!"

"쿠쿵!"


식당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쉿!"


박 상사는 우리에게 황급히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식당의 불을 끄고는 조용한 걸음으로 식당 입구 문쪽으로 다가갔다. 우리는 모두 제자리에 엎드렸고 문쪽을 향해 각자의 총기를 겨누었다. 다시 놈들이 다가오는 소리.


"꾸우으윽!"

"쿠쿵!"

"끼익"


밖에서는 계속해서 알 수 없는 괴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박 상사가 밖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문쪽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쾅!"

"으윽!"


엄청난 힘으로 문이 활짝 열렸고 박 상사는 그 힘에 뒤쪽으로 날아갔다.


"쿵! 털썩!"

"모두 사격!"

"투투투! 타타타!"


김 소장의 소리치자마자 우리는 일제히 놈을 향해 사격하기 시작했다.


"꾸아아아악!"

"퓻! 퓨퓻!"

"꽈아앙!"

"으악!"


총알 세례를 받으면서도 놈은 우리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왔고 놈이 쏜 물폭탄은 우리를 엄호해주던 스테인리스로 된 식탁을 날려버렸다.


"흩어집시다! 양쪽에서 공격해야 합니다!"


김 소장이 소리치고는 오른쪽으로 달려가며 놈에게 계속해서 총을 쏘아댔다. 마크는 그 뒤를 따랐고 나와 동현이는 왼쪽으로 달려가며 놈을 향해 총을 쏘아댔다.


"부우웅! 쾅!"

"타타타! 펑! 펑!"

"퓻퓻!"

"꽈아앙!"

"아악!"


놈은 총을 모두 맞으면서도 손에 잡히는 것들은 모두 집어던지고 있었고 놈이 쏘는 물 폭탄은 위력이 너무 세 식탁 뒤쪽의 주방을 모두 날려버렸다. 뒤에서 터진 물 폭탄의 힘으로 나와 동현이는 앞쪽으로 날아갔고 그대로 처박혔다.


"마크! 유탄!"

"예썰, 킴! 고개 숙이십시오!"

"퉁!"


"씌우웅 쾅!"

"끄그극 큭!"



마크가 쏜 유탄이 놈의 배에 명중했고 뒤쪽으로 10미터가량 밀려났다. 우리는 마크가 재장전하는 동안 엄호사격을 계속했다.


"타타타!, 펑펑!"

"마크! 한방 더!"

"오우 예! 지옥에나 가라!"


"퉁!"


"씌우웅 쾅!"

"끄으윽. 쿵!"

"우르르르릉! 덜덜덜!"


두 번째로 쏜 마크의 유탄은 놈의 얼굴을 정확하게 맞췄고 그대로 날려버렸다. 3미터 가까운 키와 덩치로 놈이 쓰러지면서 만든 충격에 건물이 흔들릴 정도였다.


"모두 괜찮습니까? 동현아! 남수 씨!"

"네! 저희는 괜찮아요! 박 상사님!"

"으윽! 저도 문제없습니다! 헉!"


박 상사가 벽을 짚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지만 이내 앞으로 쓰러졌다. 박 상사의 복부에는 커다란 유리 파편이 박혀 피가 흥건히 배어 나오고 있었다.


"박 상사님! 마크! 상사님이!"

"오우 마이! 일단 똑바로 눕혀주세요!"

"박 상사! 이봐! 정신 차려!"


마크는 신속히 달려와 박 상사의 상의를 벗겨 상처부위를 확인하였다. 다른 부상 부위가 없는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하나하나 손으로 만져가며 확인을 하는 중에도 박 상사는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엄청난 통증이 있었을 텐데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오, 그래도 다행입니다. 유리가 중요한 장기를 해치지는 않았어요. 다른 곳은 문제없습니다."


마크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가?"

"유리를 뽑아내야 하고 찢어진 부위를 봉합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무슨, 무슨 문제인가!"


김 소장은 마크의 팔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수처 (Suture, 봉합) 키트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저에게 없습니다!"

"그, 그럼 방법이 없는 거야?"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퍼스트 에이드가 아파치에 있어요!"

"내가 가져오겠네!"


김 소장이 마크에게 소리쳤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전투병과를 경험한 사람은 김 소장뿐이었다. 비록 나이가 들었고 오랜 시간 동안 파일럿으로 근무했지만 특전사령부에서도 근무한 이력이 있는 김 소장은 이곳을 비워서는 안 되었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제가 상사님께 빚을 맞이 져서요."


내가 일어나며 말했다.


"자네가? 너무 위험하지 않겠나!"

"아닙니다. 이래 봬도 군 복무 시절 수색대를 나왔으니까요. 너무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김 소장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동현이도 같이 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데"

"네. 아저씨 저랑 같이 가요."

"아니야. 동현아. 지금 이곳을 지켜줘야 하는 사람은 소장님이랑 동현이야. 마크는 박 상사님을 돌봐야 하니 네가 소장님을 잘 도와 잘 지켜주고 있어."


나는 방긋 웃으며 동현이에게 말했고 김 소장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했다. 이윽고 마크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키트는 아파치 부조종석 뒤쪽 이머전시 케이스 (Emergency case) 안에 있습니다. 아무쪼록 조심하시고 부탁드립니다."


"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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