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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Jan 30. 2023

셀프내적친밀감빌딩의 함정

지랄발광 또라이 INFJ

내가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실수 한 가지가 있다.

머릿속으로 항상 너무 많이 상상의 나래펼치기, 시뮬레이션, 삼천포 빠지기를 무의식 중으로 하고 평생을

살아온 덕에 나도 모르게 저지르고 마는 실수이다.


그것은 바로,

알게 되고 친해진지 물리적으로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으나,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나와의 의사소통을 어떻게 생각할지, 그 사람의 입장에서 너무 자주 생각하고, 그 사람에게 이미

머릿속으로 너무 많은 질문과 셀프 답변을 해본 뒤로......

실제적으로 상대방이 나에게 느끼는 내적친밀감보다

내가 그에게 느끼는 그것이 엄청나게 커져서

간극이 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보다 대여섯 살 많은 썸남이 생겼다.

실제로 그를 알고 말을 트고 지내게 된 것은 두어 달 남짓,

그의 어떤 부분이 내 마음에 들었고, 내 머릿속으로는 이미 결혼해서 어느 지방에 살고,

난 어떤 일을 하고, 아들딸 넘어서서 손자 손녀까지 다 낳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대방은 나한테 사귀자는 표현은커녕 '호감의 ㅎ' 정도 표현한 상태일 때.

하하하하

 그 뒤에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대참사는 일일이 말해 무엇하리.


어느 날 나는 대뜸 그에게 묻는다. 여러 명이 함께한 술자리를 몇 번 가진 후에. (단 둘이는 아니고.)


"오빠, 나 말 놔도 돼?"


그는 5초간 벙찐 표정을 짓더니..........

"어....... 어? 어...... 어어어."라고 답한다.


INFJ 특성상 사람을 잘 파악하고 눈치도 엄청 빠르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쯤은

이미 다 파악하고, 사귐을 넘어서 결혼 시뮬레이션까지 하는 것이긴 한데,

단 둘이 밥 한번 먹어본 적 없는 사이에

갑자기 대여섯 어린 여자애가 말을 놓아도 되냐고 물어보니 상대방 입장에선


"이 대찬 년은 뭐지.....? 혹시..

내 호감이 너무 티 났나.......?"


싶어지며 성격에 따라서는 그 순간부터 호감을 접고 뒤로 물러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20대 때 내게 있었던 일을 (남편이 이 글을 읽을 것이기에ㅋㅋ) 조금 각색한 것이다. ㅠㅠ



이것은 당연하게도 남녀사이뿐 아니라 내가 살며 맺어온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불상사를 일으키곤 했다.

왜냐하면 내 입장에서는 저 사람에 대해서 이미 파악이 끝났고, 계속해서 관계를 지속해 나갈 만한

장점이나 호감이 있는 사람이라 판단했기에 여러 단계를 내 머릿속에서만 시뮬레이션한 뒤

(그것을 이미 그 사람에게 공유했다고 굉장히 큰 착각을 하며..!!!) 

상대방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갑자기 들이대는, 친한 척하는 이상한 여자'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 가끔은 내가 셀프로 내적친밀감을 확확 쌓고 난 뒤에

(실제로 정말로 굉장히 친한 사이에서만 할법한) 말실수 같은 걸 저질러버리는 대참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 뒤에 땅을 치고 후회하고 이불킥을 해봐야

과거를 뒤집을 수도 없고,

'실은 내가 너를 좋아하고 이 정도로

친하다고 생각하여 머릿속에서 많시뮬레이션하고 

 혼자만 내적친밀감을 쌓아버려서

여러 단계를 건너뛰어 너에게 이런 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라고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으니......(정말로 그랬다간 다들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거나 카톡차단을 당할지도..) 가끔은 답답하기도 하다.


오해는 오해를 낳고..... 이런 거지 같은 실수회로를 무너뜨리고

 '인간관계 찬찬히 쌓아 올리기' 알고리즘

새로 만들어보려고 해도 40년 가까이 이렇게 살아왔더니 굉장히 어렵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매일매일 저지르는 것이다.

더 이상 새로 알게 되는 사람의 수가 많지 않아지는

 나이긴 하지만....

어쨌든 새로운 인간관계는 늘 생기기 마련이고......

아이 친구 엄마라든지...... 남편 회사 동료 부부라든지......

나는 이 몹쓸 버릇을 고쳐야만겠다고 최근에야 절절이 깨닫게 되었는데...

이렇게 글로 정리해 보니 점점 더 명확해진다.


셀프내적친말감 쌓아 올리느라 칼로리 소모 그만 좀 하고, 차라리 그 시간에 이렇게 글을 쓰거나

개인적으로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차라리 직접 만나자고 해야겠다.

여러 명 모였을 때보다 1:1에 더 강하니까 그 사람이랑 정말 친해지고 싶으면 차라리 정말로 물리적으로도

먼저 친해져 버리게 선수 쳐서 만남을 가져야겠다.

내 몹쓸 상상의 나래가 나와 그 사람의 관계를 망쳐버리기 전에.


묻지도 않은 나에 대한 TMI 남발 금지, 상상의 나래 금지, 시뮬레이션 금지.

아............ㅠ.ㅜ 이건 그냥 나에겐 살지 말라는 것과 유사어이긴 한데.. 일단 해본다.

곧 마흔에 아직까지도 체면도 못 차리고 팔랑팔랑거리며 말실수나 나불거리고 살 수는 없으니.

차라리 손가락을 놀리자.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키보드나 마구 두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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