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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Jun 12. 2021

친정 부모님의 전화 끝 '고마워'

아이구 고맙긴요.......ㅠㅠ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부산에 사시는 친정 부모님과 통화를 하고 끊으려고 할 때면 (특히 아빠가 더) 마지막 인사로

"(전화해줘서) 고마워." 란 말을 하신다는 거다.

엄마랑은 사실 좀 더 일상적으로 자주 통화를 하고, 아빠랑은 가끔 이슈가 있거나 문득 안부가 궁금해지거나 할 때 전화를 드리는 편이다. 엄마랑도 그나마 내가 먼저 전화하는 일은 많지 않아서 엄마 말을 밀리자면, "우리 딸이 먼저 전화를 다 주고, 아이고 황송하다."는 말을 듣곤 하는 못난 딸이다. ㅠㅠ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 차례로 부모님께서 코로나 백신을 맞으셨기에 걱정이 되어 맞은 직후, 그날 저녁, 다음날까지 전화를 드렸다.

엄마 말하시길 "코로나 백신 맞으니 좋네! 전화 안 하던 딸이 이렇게 자주 전화도 주고!" 

아빠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하하하 ^^;;;;

언젠가 어디서 들었는데.. 내 새끼 사진과 동영상으로 폰 앨범 미어터지게 찍지 말고, 부모님의 생전 동영상을 꼭 찍어두라고 했다. 언제가 되었든 돌아가시고 나면 그 몇 개 안될 동영상 속 모습과 음성이 그리워 손에 지문이 마르도록 보게 될 거라고.... 이 글을 적고 있자니 진짜 부모님의 사후 내 모습이 그려져 눈물이 차오른다. 엉엉엉엉엉엉엉엉엉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아빠의 전화 끝 '고마워.'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그 고맙다는 짧은 한마디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한창때라 일하고 애 키우느라 바쁜 너희들 30대 부부가 나이 든 부모 잊지 않고 안부 챙겨주고, 자식이라고 목소리 들려줘서 고맙다.'라는 것이다.


자식이 결혼하거나 독립하여 따로 살게 되면 부모는 그 길었던 육아에서 좀 해방되어 본인들의 진정한 노후를 누리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흔, 쉰이 되어도 여전히 아기 같아 보이는 자식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을 리 없다. 내 얼굴도 이미 주름살이 만들어지고 있는 30대 후반이고, 나도 챙겨야 할 내 새끼와 내 삶이 있는 어른이 되었지만 부모님에게는 언제나 어릴 적 그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나도 아이를 키워보니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해가고 있다.


아빠의 말 한마디가 아빠의 마음을 보여준다.

자식인 나의 안녕을 확인시켜주어서 고맙고, 부모를 잊지 않아 주어서 고맙고, 준 사랑을 되돌려주어서 고맙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엄마, 아빠가 나에게 그런 사랑을 준 분이셔서 나 역시 너무나 감사하다. 우리 부모님 역시 다른 부모님에 비하여 부족한 부분도 많으신 평범한 분들이지만, 이런 점들 때문에 나는 언제나 부모님을 존경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 사랑을 내 아이에게도 똑같이 나누어주고 가르치며 살아갈 것이다.

고맙긴요 아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단 것 좀 줄이시고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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