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 두 번째 책이 될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기념
+조금 생긴 자유시간으로 적어보는 글.
작년에 첫 책 원고를 쓸 때에는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이번에는 두어 달 정도 걸린 것 같다.
훨씬 짧아졌다.
그렇다고 본인이 느끼기에 글의 질이 낮아진 것 같지는 않다 다행히.
사실 올해 3월에 책이 나왔기에
올해 또 다른 글을 완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 해봤었다.
But..
어쩌다가 그 주제에 대해서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시작하고 나니
머릿속에 떠다니는 것들을 재빨리 쏟아내버리지 않고는 버틸 수 없어져버렸다.
거기다가 생각지 못하게 계약을 빨리 해버리면서 초고 완성에 데드라인이 생겼고,
정말 짧은 시간에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마감이 깡패라더니...
뭐 초고는 쓰레기라지만, 좋은 편집자를 만나 좀 '덜' 쓰레기가 되는 과정을 거쳐
그래도 사람들이 읽을 만한 무언가로 탄생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 쓰는 사람들은 말한다.
퇴고를 하면 할수록 좋은 글이 된다고...
김훈 같은 대작가는 조사 하나 쓰는데도 수억 번 고민을 한다지만,
사실 나는 그냥 막 떠오르는 대로 휘갈겨버리는 스타일이다.
일단 나오는 대로 다 써버리고 나서 그냥 뒀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고친다.
그때그때 쓰면서는 문장이 비문이 안 되게끔만 신경 쓰며 쓴다.
원고를 마치고 나서 보니 목차 등을 포함해서 총 A4 80장 가까이 되었다.
쓴 시간을 따져보니 (매일매일 쓴 것이 아니니) 두 달 중에서도 글을 한 장이라도 쓴 날은
모두 합쳐도 2주가 채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만 따지면 엄청난 속도인 것도 같은데,
글을 쓰지 않고 있는 동안에는 쓰기 싫어서 쉬는 게 아니라,
고갈되어 번 아웃된 상태이거나,
무언가 쓸 거리가 생각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므로
그 기간 역시 '쓰지 않으나 쓰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 없다면 '쓰고 있을' 시간도 없는 셈이므로.
출판사에 처음 투고할 때 기획서와 함께 샘플원고로 7 꼭지를 보냈었다.
그리고 출판사를 만나기로 한 날까지 시간이 좀 있어서 반 정도를 더 썼다.
출판사 대표님 만나기 며칠 전에 '좀 더 쓴 걸 읽어보시고 오면 이야기하기 좋을 것 같다.'라고 하며
그걸 보내드렸다.
그리고 만난 날 바로 계약을 했다.
대표님은 내 원고의 어떤 부분이 좋고,
어떤 부분은 나머지를 쓰실 때 좀 추가해주시면 좋겠다는 주문을 하셨다.
나는 언제쯤 책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초판 부수는 몇 부냐고 물었고,
글을 많이 고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리고 계약 조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 언제까지 최종 원고를 넘기기로 합의했다.
목차나 글을 완성하지 않고 계약을 해본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 글에 대한 자신감도 좀 더 생기게 했고,
(출판사에) 팔릴지 안 팔릴지 모를 글을 일단은 끝까지 완성해야만 하는 고뇌가 사라졌기에
계약 후에는 더 안정된 마음으로 원고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내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던 생각이 글이 되고,
그것이 또 물리적인 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참 험난하다.
어떤 편집자와 어떤 출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책으로 탄생할 수 있다.
책이 나온 후에는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히는가, 어떻게 평가받는가의 여정이 남았다.
하지만 애초에 출판사에 팔리지 않는 원고는
책이 될 수도 없기에 책을 어떻게 기획하는 가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투고된 원고를 보며 이 원고가 될만한 원고인지 판단해야 한다.
나는 내 글을 알아봐 준 출판사가 고마웠고, 내가 한 기획이 출판사에 먹혔다는 것 또한 기뻤다.
최소한 잘 만들고 나면 이 빠듯한 책 시장에 먹힐만하기에 선택된 것이다.
내 글의 첫 독자가 될 편집자가 어떤 평가를 할지 매우 궁금하기도 하고,
잠시 주어진 자유가 매우 좋기도 한 이 순간..ㅎㅎ
편집과 교정 과정이 시작되면 또 이런 글을 쓸 여유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에는 두 번째기에 약간 여유도 생겼고,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한번 적어보고 싶어 이 글을 시작했다.
또 만약에라도 어떤 작가 지망생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이 글이 약간의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