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차를 타고 서울 근교로 나들이는 나갔어도 대중교통을 타고 1시간 이상의 거리를 당일치기로 여행을 간 건 2년 전 겨울 평창올림픽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당일치기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고 날씨도 추운 데다가 실내 올림픽 경기들은 표를 구하기가 어려워 반쯤 포기하다 아쉬운 마음에 KTX앱으로 표를 조회했는데, 이른 토요일 아침 평창행 열차를 발견했고 그다음 날은 돌아오는 표가 없어 당일 저녁 8시쯤 서울로 다시 돌아오는 표를 끊었다. 어차피 올림픽 기간 중이라 숙소도 갑자기 구하기 어려울 것 같았고 그다음 날 돌아오는 표도 없었기에 올림픽기 분만 느끼고 오자는 마음에 기차 일정에 맞추어 크로스컨트리 경기표 두 장을 사고서 아무 생각 없이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 씻고 서울역으로 기차를 타러 가야 돼서 택시를 타고 갔으니 가성비란 건 존재하지 않는 여행임을 미리 이야기하고 싶다. 올림픽이란 이벤트 자체에서 가성비를 찾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평창 올림픽이 있던 2018년 2년 전 겨울은 우리나라의 동계올림픽을 반기듯 유난히 추워 단단히 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친구에게 톡을 남겼는데 서울역에 도착하도록 불안하게 답이 없어 전화를 걸었더니 친구는 잠결에 전화를 받았고 놀라서 빨리 나오라니 친구는 기차 시간을 착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못 갔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다행히? 도 친구와 평창에 갔다. 친구는 내 전화에 급하게 일어나 KTX앱으로 다른 열차를 찾았고 30분 정도 뒤에 출발하는 열차를 찾아 기존 출발 표를 취소하고 새로 예매한 뒤 급하게 씻고 나와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탔다. 물론, 나도 서울역에서 택시에서 내려 다시 청량리로 가는 지하철을 타야 했지만 운 좋게도 우리는 평창행 열차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먹을 것도 청량리역에서 샀으니 나도 꽤나 긍정적인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열차를 탄 뒤 1시간 30분 정도 걸려 평창(진부, 오대산역)에서 하차했고 역사 안에서부터 올림픽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올림픽으로 만들어진 여러 부스에서는 무료 행사를 하고 있었고 나는 친구와 함께 손등에 태극기 판박이도 붙이고 손톱에 올림픽 스티커도 붙인 뒤 KTX역 밖의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우리가 예매한 '크로스컨트리 스키'경기를 보러 갔다. 사실 동계올림픽 구경은 처음이기도 했고 평창에 간 것도 이때가 처음이 었기에 아는 것이 없었는데 '크로스컨트리' 경기는 스키의 마라톤 같은 경기였고 모두 야외에서 이뤄지기에 우리가 예약한 경기는 올림픽파크와는 거리가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셔틀버스를 내린 뒤 한참을 올라가서 경기장을 보았을 때 약간의 당혹스러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경기 시작 전에 도착해 선수들의 출발을 볼 수 있었고 그 선수들을 다시 만나려면 4시간은 기다려야 되었기에 빠르게 포기한 뒤 다시 올림픽파크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올림픽파크에는 기념품 상점, 먹거리를 파는 곳, 후원기업들의 체험관, 올림픽기념 조형물이나 기념관, 수상식을 하는 무대 같은 것들이 모여있었다. 우리는 크로스컨트리 표가 있었기에 입장하는데 따로 돈을 지불할 필요는 없었고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하여 만든 보안검색대를 거쳐서 올림픽파크에 입장할 수 있었다. 올림픽이라는 행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들뜨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티브이에서 볼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그 시간 그 공간이라는 환경 자체가 주는 '설렘'이 있달까. 사실 별게 있게나 싶은 마음도 반있었는데 도착하자마자 마법이라도 걸린 듯 들뜬 마음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이런 마음은 나뿐만이 아닌 이 추운 날씨에도 입이 귀에 걸린 것 같은 모든 입장객의 마음이 그랬던 것 같다. 전 세계인의 축제라는 말이 실감되는 그런 느낌이었달까? 물론, 지금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자제해야 하는 상상도 못 했던 전염병의 시대를 지나고 있기에 그 시간이 더 꿈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평창에 갔던 날은 유독 추웠는데 저녁에 되자 눈발이 날릴 만큼 날도 흐려졌고 추위는 더 심해졌다. 그렇지만 올림픽 분위기를 느끼는 것 말고는 아무 계획이 없이 오기도 했고 지역에 대한 정보도 없어 혹시라도 기차를 놓칠까 하는 걱정에 기차 타러 나오기 전까지 올림픽파크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친구와 이곳저곳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너무 추워 공원 안 곳곳에 있던 천막으로 된 쉼터를 들어갔는 데 몸을 녹이며 바닥에 앉아있는 내 모습을 보니 웃기기도 하고 그 와중에 배고프다며 기차 타기 전에 샀던 떡을 꺼내먹는 내 모습을 보니 나도 변해가는 것 느꼈다. 어릴 땐, 여유가 없는 탓도 있겠지만 여행에서 계획했던 것이 꼬이면 짜증부터 났던 것 같은데 그런 것들에 관대 해지는 것을 보며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내가 어릴 적 가장 싫어했던 책 제목인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이 이해가 조금씩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파크를 나서기 마지막으로 메달 수상식을 구경했는데 우리나라 선수가 메달을 땄던 유명한 경기는 아니었지만 추위를 견디며 메달을 수상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함께 기분이 좋아졌던 것 같다. 그렇게 그 시상식을 마지막으로 그곳에서 나와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KTX역으로 돌아갔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친구와 나는 지친 몸으로 잠든 채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는 너무 지쳐서 다음에는 하루라도 자고 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이 후로도 틈틈이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어렵겠지만 이 시간이 지나고 우리가 일상을 되찾게 된다면 그땐, 시간을 내어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짐도 쌀 필요 없다. 오늘 저녁엔 집으로 돌아올 거니까. 작은 가방과 지갑, 하루 열심히 놀 수 있는 체력만 있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