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로 떠나는 경주 벚꽃여행

짐 쌀 필요 없이 서울-경주 KTX로 떠나는 일일투어

by Nina P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기약 없이 무산되었지만 작년 봄엔 올해 해외 장기체류 계획이 있었고 한동안 못 볼지도 모르는 벚꽃일지도 모른다며 친구들을 모아 제주도로 벚꽃여행을 떠났었다.


재작년 벚꽃 개화시기를 생각해 3월 말-4월 초로 잡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내가 가보고 싶었던 유채꽃과 벚꽃이 같이 피는 포인트(녹산로)는 풍력발전소가 있어 바람이 세고 다른 제주지역보다 추워 일주일 정도 늦게 핀다는 것을 도착해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벚꽃 대신 유채꽃을 실컷 보고 오게 되었다. 물론 그것도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지만 3박 4일의 짧은 휴가에서 돌아오고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제주도 녹산로 풍력발전소 근처 유채꽃밭

그래서 돌아오고 며칠 만에 다른 친구와 함께 급하게 KTX 표를 조회하다 토요일 새벽에 출발해서 같은 날 저녁에 돌아오는 표 두 장을 발견하고는 바로 기차표를 예매하였다. 황금 같은 벚꽃여행시기에 4월 첫 주말에 표가 남아있었던 이유는 벚꽃을 위해 굳이 새벽 5시 반에 서울에서 출발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선택적인 부지런함을 떤다면 황금연휴 시즌에도 급 여행의 기회는 만들 수 있다.


이번에는 아예 지하철이 운행하는 시간이 아니었기에 편한 마음으로 집 앞에서 택시를 타고 서울역으로 출발하였다. 혹시나 지난번처럼 착각할까 걱정한 친구는 일어나자마자 톡을 해서 자기가을 안 하면 전화서 깨우라고 했지만 다행히 우리 둘 다 제시간에 일어나 서울역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출발한 기차를 타고 7시 반쯤 신경주역에서 내렸고 다시 한번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구 도심인 대릉원에 도착하니 8시가 채 되지 않았다. 물론, 대릉원은 열기 전이었기에 우리는 주변 담벼락을 서성거려야 했지만 좋은 점은 이른 시간이라 인적 없이 벚꽃 인증사진을 실컷 찍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릉원 돌담길


물론, 난 SNS를 잘하지 않기에 그 사진을 올릴 데가 없지만 여행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순간을 기억나게 해 주는 건 사진이기에 올릴 곳은 없어도 열심히 휴대폰과 미러리스를 연신 눌러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매표소가 열자마자 표를 사서 대릉원에 입장했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풍경과 그 속의 나와 친구의 사진도 찍으며 신나게 돌아다니다 에너지가 급 떨어진 우리는 그곳에서 나와 바로 옆 황리단길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직장인의 에너지드링크


그렇게 휴식을 취한 뒤 대릉원을 사이로 황리단길 반대쪽의 거리로 걸어가 찰보리밥 집으로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갔다. 주말이라 기다려야 했지만 오래된 한옥집에서 먹은 찰보리 집과 파전은 꽤나 맛이 좋았다. 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우리는 시내버스를 타고 불국사로 가기 위해 근처 버스정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이때 까지만 해도 우리의 일정은 막힘없이 진행되었는데 우리가 하나 간과한 것은 경주는 서울처럼 버스가 자주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30분을 넘게 버스정거장 의자에 앉아 친구와 갤럭시 버즈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고 노래를 들으며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잠도 오는 것 같고 힘이 들어 결국 택시를 불러 불국사로 떠나게 됐다.



사실 봄에 경주를 온 것도 처음이지만 대학생 때 이후로 처음으로 온 경주의 구 시가지의 모습이나 유적지의 모습은 예전과 그대로인 것 같아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로마에 가서 고대도시를 걷는 기분이 들었던 경험처럼 말이다.


추억의 교과서를 떠올리며 한장 찰칵

봄의 불국사의 풍경은 생각했던 것보다 아름다웠고 주차장부터 빽빽할 정도로 벚꽃이 만개해있었다. 입구를 지나 불국사 이곳저곳을 돌아보다 내려오는 길에 내가 학생 시절 국사책 표지에 나왔던 곳을 발견하고는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우리 책들은 이제 박물관에 전시되어있겠다며 나이 인증과 함께 불국사 투어를 종료했다.





이미 택시의 편안함을 맛 본 우리는 다시 한번 콜택시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택시를 타고 황리단길로 돌아와 아까 가보지 못했던 황리단길의 다른 편길로 들어가 빵지 순례와 당 충전을 위한 음료도 마셨다. 우리의 기차 시간은 점점 다가왔지만 그래도 저녁은 포기할 수 없었기에 급하게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유명한 숯불갈비집에 들러 30분 만에 소갈빗살과 후식 국수를 먹고 만족스러움을 뒤로한 채 서울로 돌아오는 KTX 기차를 탔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저녁식사

돌아오는 길에서는 언제나 그랬든 모든 에너지를 탕진 후 말없이 잠든 채로 친구와 서울로 돌아와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 대단할 것 없는 평범한 당일치기 여행이었지만 제주도 벚꽃여행의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줄 만큼 색다른 모습의 벚꽃을 구경했기에 더없이 행복했었다. 올해는 아쉽게도 패스했지만 내년 봄에는 이런 벚꽃여행을 다시 다닐 수 있는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모두가 집에서 안전하게 예전의 추억을 돌아보며 아쉬움을 달래기를 바라본다.


*Funded by 내 월급*

당일치기 일정

:서울역-KTX신경주역-시내버스-대릉원(구도심)/황리단길-숙영식당-불국사-황리단길(녹음제과/랑콩뜨레)-영양숯불갈비-최영화빵-신경주역-서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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