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면 강원도에 꿀단지를 발라뒀나 할지 모르지만 나는 우리 외할머니의 집이 있기도 한 강원도를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 언제나 그곳에서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여유로움과 할머니의 따뜻한 온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만 올 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여행을 다니는 것을 자제해야 하기도 했고 상황이 어려워지기도 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와 집을 반복하며 보내고 있어 이는 현재가 아닌 지난 여름의 이야기이다. 지난 여름, 나는 친구 찬스로 평창에 있는 프라이빗 골프리조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있다.
우리는 차를 타고 먼저 서울을 벗어나 횡성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원래대로면 평창에 도착해서 먹어야 했지만 배고픔으로 급격하게 처진 우리 상태를 인지한 운전자의 희생으로 급하게 예전에 한 번 들른 적 있었던 횡성시장의 "횡성한우 귀족 식당"으로 목적지를 틀었다.
무엇을 먹어야 되나 고민하다 살치살, 갈빗살, 채끝살을 고르고 나니 사장님이 우리 명수에 맞게 600g을 나눠서 2층으로 올려주셨고 열심히 친구와 고기를 구워 먹은 뒤 기분도 한껏 올라간 채 식당을 나올 수 있었다. 시설이 노후해서 그런 측면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서울이면 인당 1인분 먹을 가격에 배를 채우고 나왔으니 만족스러웠다.
횡성귀족한우식당
그리고 다시 우리는 평창으로 향했는데 1시간가량을 더 달려 우리의 목적지인 평창 알펜시아 에스테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곳은 분양받은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고 모든 객실 건물이 독채로 지어져 있어 그때는 몰랐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집을 벗어나 독립된 공간에서 지낼 수 있으니 돈 많은 사람들에게는 코로나의 무게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평창 알펜시아 에스테이트
2층으로 지어진 건물에 개인 마당, 100평 가까이 되는 건물은 보기만 해도 좋았고 우리 집을 합친 것보다 넓은 것 같은 거실 소파에 누워 마치 회장님이 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별 것 하는 것도 없이 우리는 소파에 누워 거실에서 바라보는 풍경, 티브이 프로그램을 같이 보다 출출해지자 급하게 음식을 포장하러 나갔다.
근처에서 포장해온 피자와 편의점에서 급하게 구매한 맥주, 와인 한 잔씩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일요일 저녁이 훌쩍 다 지나가 버렸다.
강릉 순두부정식
그렇게 일어난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욕조에서 몸을 녹이기도 하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 서울로 돌아가기 전 강릉에 들르기로 결정했다. 딱히 미리 일정을 정하거나 알아온 게 아니라 우리는 근처 아무 순두부집에 들어가 점심을 먹고 아쉬움을 달래고자 걸어 근처 유명한 카페에 들러보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날은 영업을 하지 않았다.
안목해변 엘빈커피
아쉬운 마음에 그럼 안목해변이라도 가자며 그곳에 가 맘에 드는 카페 한 곳을 골라 들어가 하염없이 바다를 구경하고 커피를 마시는데 갑자기 흐리던 날씨는 어디 갔냐는 듯 해가 떠올랐다.
빅픽쳐6에서의 킹크랩 한상
아마 해가 떠오르지 않았다면 거기서 일정을 마무리했을 법한데, 갑자기 아쉬워진 우리는 급하게 저녁을 먹고 떠나자며 주문진으로 향했다. 그리고 언제 먹어보겠냐며 강원도 여행의 마무리로 킹크랩을 주문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사이드로 나오는 메뉴들도 맛있었고 킹크랩은 역시나 맛있었다. 특히 친구가 양보해 준 게 다릿살은 식감도 맛도 좋았다.
그렇게 배가 터지도록 먹은 우리는 그곳에서 나와 가게 앞 포토존에서 다리를 덜덜 떨며 올라가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 앞 해변으로 나가 소화도 할 겸 노을 지는 풍경을 바라보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울로 돌아왔다.
어렸을 적 새로운 곳을 여행할 때 만났던 그런 신선함, 새로움으로부터 오는 즐거움은 더 이상 없지만 그곳에 있는 내내 별 대단한 일을 하지도 않아도 "내일 하루 더 휴가 내야 되는 거 아니야?" 할 만큼 그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즐거웠고 같이 여행을 떠난 이 친구들이 지금의 직장에서 만나 다른 직장으로 떠난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내 곁에 친구로 남아주었다는 것이 감사하기도 했다.
나이도 성격도 하는 일도 다 다르지만 서로의 인생에 대한 고민이나 우리가 함께한 추억들을 나누고 웃을 수 있을 때면 친구라는 건 같은 듯 다른 모습을 인정해주고 고민을 나누기도 좋은 일을 서로 축하해주는 그런 관계를 말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인생의 시간에서도 그들이 내 소중한 친구로 남아서 지금을 함께 추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여행기를 마친다.
그리고 다시 즐겁고 편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찾아오기를 고대한다. 그때까지 모두 Stay sa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