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힘들면 힘들다고 징징거린다거나 불평했을 텐데 나이와 함께 경력이 늘어갈수록 그럴 에너지도 없지만 불평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보다 부정적인 감정만 증폭된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갑자기 성인군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가도 화가 치솟을 때도 있다. 그건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작년 11월 어느 날 상사까지 거기에 기름을 부어 내 자신이 곧 '폭주기관차'로 돌변할 것 같은 위기의식을 느껴 전 직장동료이자 이제는 오랜 친구가 된 이들에게 SOS를 보냈다. 경력이 쌓이며 깨달은 것이 있다면 아무리 직장에서 힘든 상황이라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은 나이 들수록 보기 좋지 못할 뿐만 아니라 프로페셔널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트레스받아가며 해낸 업무와 노력을 전부 깎아버리는 행동이될 수 있어 고생하고 인정도 받지 못하고 평판까지 깎아먹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다행히도 친구들은 나에게 주말 시간을 내주었고 나는 친구 차를 얻어 타고 서울 근교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먼저 하남 스타필드에 들러쇼핑거리가 있나 둘러보다 생각보다 별로 특별한 행사는 없기에 서둘러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양 손에 핫도그 flex
그런 뒤 조금을 더 차로 달려 양평 두물머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뒤 신나게 걸어가 두물머리의 유명인사인 연잎 핫도그를 샀다. 그리고 손에 핫도그 하나씩을 들고 두물머리공원을 산책하다 쌀쌀한 날씨에 이내 손끝이 얼어버릴 것같은 차가움을 느낀 우리는 다시 차로 돌아왔다.
원래도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니기도 하지만 급하게 만나기도 했고 목적도 일정도 없었기에 일단 카페가 많은 방향으로 차를 틀었다. 그러다 예쁜 한옥으로 지어진 큰 카페(고당)를 발견하고는 그곳에 차를 주차한 뒤 무작정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카페 고당의 입구
잠깐의 기다림 끝에 자리를 안내받았는데 우리는 안쪽에 방으로 된 공간으로 가게 되었다. 좋았던 점은 우리만 사용하는 한옥 방 한 칸의 공간으로 들어갔다는 것이고 따뜻한 방바닥의 훈훈함에 잠시 누워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리를 뻗고 편하게 앉아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 "오늘 놀아줘서 고마워" 한마디를 함께 전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어 내 상황을 잘 알기에 직장에서의 일을 불평할 수도 있었겠지만 황금 같은 주말에 굳이 직장일을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고 잠시나마 스트레스로부터 내 머릿속을 환기시킬 수있 다는 것이 감사했다.
나이만 든다고 현명해지지는 않겠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경험이 생기고 그로부터 배운 것을 가지고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면 같은 상황이나 어려움을 만났을 때 전보다 조금은 더 괜찮아진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두 시간가량을 카페에서 쉬다 어둑어둑해지는 하늘을 뒤로하고 서울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나들이를 마쳤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차 창 밖 너머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잠깐의 휴식이나 주변을 환기시키는 것은 스트레스로부터 닫힌 시야를 터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로 인해 어디를 갈 수는 없겠지만 지금 스트레스로 힘들다면 잠깐 창밖이라도 내다보며 잠시 쉴 수 있는 여유를 갖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