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마지막 당일치기 여행은 이 한마디로 시작되었다. "전주면 버스 타야겠다. 버스 예약하자."라는 대답을 했으니 유유상종이라는 옛말이 틀린 것이 하나 없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정도를 달려 전주에 도착한 뒤 허기진 배를 달래고자 내가 평소 즐겨보던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이 다녀간 전주비빔밥집(고궁)을 찾아갔다. 모범음식점이라고 붙어있으니 기본적인 맛이나 위생은 어느 정도 보장되었다고 생각했고 건물도 제법 컸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내 입맛에는 약간 간이 세서 약간의 실망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비빔밥은 전주 비빔밥
그렇게 아점(아침 겸 점심)을 마친 뒤 소화도 할 겸 길을 건너 근처에 있는 덕진호(호수) 공원을 찾았다. 겨울이다 보니 공원의 모습은 텅 빈 느낌 그 자체였는데 그 와중에도 공원 입구엔 사이비 종교 전도가 한창이었고 그들의 열정이 가져다준 피로감으로 나는 급하게 공원을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한옥마을로 자리를 옮겼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조금 걷다 보니 한옥마을의 시작을 알리는 '카카오 프렌즈샵'을 만날 수 있었다. 원래도 좋아하는 캐릭터들이긴 하지만 전통적 모습을 반영한 카카오 캐릭터들은 더 귀엽게 느껴졌다
웰컴 투 한옥마을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카카오 샵을 구경한 뒤 엽서와 스티커를 사서 한옥마을 초입의 전동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2월 초였지만 날씨는 제법 추웠고 추운 날씨 탓에 하늘은 제법 파랗게 물들어있었다.
고즈넉한 전동성당
성당 밖의 북적거림을 뒤로한 채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마법처럼 그 공간이 주는 고요함과 성스러운 분위기는 잠시 그곳에 들른 나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이 곳을 오는 걸까?
성당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한옥마을 거리를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찾은 아기자기한 느낌의 작은 한옥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잔을 마시며 창밖을 구경하며 추위로 움츠러들었던 몸을 잠시 녹였다.
안에서 바라 본 한옥마을
커피를 마시다 친구와 나는 아까 카카오 샵에서 산 물건들을 주섬주섬 꺼내놓고 인증사진을 찍으며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쓸 데는 없지만 보기만 해도 귀여우니까!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전주 특산품 from 카카오스토어
친구는 여러 번 전주에 왔지만 나에게는 첫 전주여행이었기에 그래도 경기전은 봐야 하지 않겠냐며 카페에서 나와 경기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기전 입구에서 찰칵
오후가 되자 날이 흐려지며 더 쌀쌀해졌지만 경기전은 실내외가 모두 있으니까 더 추워지기전에 외부를 먼저 둘러본 후 실내에 들어가 전시관을 관람했다. 조선왕조실록을 여러 곳에 나누어 보관한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보자니 이런 올곧음과 철저함들이 쌓여 지금의 민주주의를 이루었나 하는 생각이 잠시 하기도 했다.
텅빈 겨울오후의 뒷골목
마지막으로 경기전을 나와 버스를 타기 전 한옥마을을 뒤로하고 주차장 쪽으로 걸어가 전주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는데 처음 먹어본 물갈비는 소박했지만 맛도 양도 가격도 훌륭했다. 다시 한번 전주에 간다면 꼭 다시 가고 싶다.
첫 물갈비 성공적
만족스러운 저녁식사 후 우린 다시 버스를 타고 늘 그렇듯 아무 말 없이 온열 안대 하나씩을 나눠 낀 채로 서울로 돌아왔다.
이 시간들이 그리운 건 생각하고 망설임 없이 바로 떠날 수 있던 작년이 진짜로 존재했었나 싶은 지금의 어려운 상황 때문이겠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믿는다. 그때가 빨리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Stay Home & Be sa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