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벚꽃" 혹은 장범준의 "벚꽃엔딩이 듣고 싶어 지는 계절"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나도 봄을 떠올리면 "곧 벚꽃이 피겠네. 예쁘게 필 때 보러 가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많은 이들에게 벚꽃이 사랑받는 이유는 기나긴 추위가 끝나고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날씨가 따뜻해지고 함께 화사하게 꽃을 피우며 곳곳을 물들이는 벚꽃잎을 볼때면우리의 마음에도 무언가 새로운 것들이 시작할 것 같은, 혹은 좋은 일이 시작될 것 같은 설레는 기분을 갖게 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봄이면 "벚꽃 명소"에 가서 벚꽃을 만끽하고 인증사진을 찍어야만 봄을 제대로 보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때도 있다. 하지만 작년 코로나가 시작된 뒤, 내가 느낀 작은 변화가 있다면 벚꽃을 보는 일은 여전히 나에게 작은 행복을 선사해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찰나의 벚꽃의 순간이 지난 뒤 그 후로 보이는 여린 나뭇잎들의 싱그러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 집에 돌아오다 집 근처의 나무를 무심코 올려보다 여린 나뭇잎이 올라오는 4-5월 초의 나뭇잎의 색이 정말 맑고 싱그럽다는 것을 알게 됐다.이렇게 맑고 여린 연둣빛의 나뭇잎을 왜 지금까지는 몰랐을까?. 벚꽃만큼이나 그 여리고 맑은 느낌의 푸른 잎의 순간도 짧은 데 말이다. 그래서 그 뒤로부터는 벚꽃이 지는 것이 꼭 슬프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벚꽃이 진 뒤 비로소 보이는 여린 나뭇잎의 새 생명의 아름다운 빛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는 중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요즘엔 동네 주변을 지나다닐 때, 하늘과 길 옆으로 서있는 나무들의 모습을 자주 올려다보곤 한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나오는 새싹과 그 푸르름은 지금 이 순간 느낄 수 있는 찰나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다시금 심해진 코로나로 멀리는 나가지 못해도 당신이 늘 지나다니는 그 길 주변을 올려다보며 지금 만끽할 수 있는 봄의 싱그러움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답답한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