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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의바른악당 Feb 21. 2020

광화문 흥국생명 '망치맨' 아시나요

광화문 근처는 항상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가끔 발길을 멈추게 하는 교보생명 건물 전면에 걸려있는 글판이나 세계적 건축상을 수상한 새문안교회 등 도심의 중심지답게 볼만한 건축물들이 많다. 이러한 볼거리들과 함께 광화문에서 쌓은 추억이 많아 광화문 거리를 좋아한다. 특히, 여기에 있는 세븐스프링스에 자주 왔는데 올 때마다 항상 눈에 띄는 조형물이 있었다.


광화문 해머링 맨(Hammering Man·망치질하는 사람)이다. 뭐라 부를지 몰라서 검색해봤더니 망치맨이라고 부른다고 한다네. 광화문 흥국생명 앞에 있는데, 높이가 22m나 되어 어마무시한 포스를 보인다. 망치맨 자체가 멋진 조형물이라 흥국생명 같은 대형건물 앞에 있는 아우라 또한 상당히 격조 있어 보인다.



노동의 엄숙함을 형상화한 ‘망치맨’

궁금해서 찾아봤다. 망치맨의 정체를. 거대한 키네틱 조각물 망치맨은 아주 느린 동작으로 망치질을 하며, 22m 높이에 무게는 50톤이나 된다. 1분에 1회씩 망치질을 하는 이 조형물은 미술가 조나단 브롭스키가 노동의 엄숙함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2002년에 세워져 약 18년 동안 광화문 일대를 지켜왔단다.



법대로 세워진 망치맨

알고보니 대형건물 앞에 세우는 조형물 및 건축물은 법으로 정해진 의무사항이었다.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 제1항에서 건출물에 대한 미술작품 설치 의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정해진 규모의 건물을 지으려면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한 돈의 일부를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연면적(각 층 바닥 면적을 합친 면적)이 1만 제곱 미터 이상인데, 건물 지을 때 사용한 돈의 1%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2011년에는 작품을 설치하는 비용의 70%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납부하는 제도로 변경되었지만 사용출처의 투명성 때문에 논란이 있었다. 목적이야 어찌되었건, 망치맨이 이토록 오랫동안 광화문 일대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될 수 있던 까닭은 고층빌딩 사이에서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숭고하게 담았기 때문이다.


멋지긴 한데 조형물의 높이만큼 가닿을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외국작가 작품 말곤 정녕 노동의 숭고함을 잘 표현한 국내 작품은 없었을까. 한없이 망치질을 하고 있는 조형물을 보며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노동의 숭고함보단 대형건물 앞 멋진 조형물, 사진찍기용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


이러나저러나 바쁜 시간에 거리를 걸으며 도심 속에서 이런 미술작품을 볼 수 있다는 일은 행운이다. 교보생명에 걸린 멋진 글귀도 잠시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여유를 주고, 광화문 사거리는 볼 때마다 추억이 달라지는 곳이다.



블로그도 합니다. https://blog.naver.com/whitemj0314/221818442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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