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의바른악당 Nov 30. 2018

스타트업에 가려는 사람들을 위하여

1년여간의 스타트업 생활이 끝났다. 그러다 문득 지난 생활을 돌아보게 됐다. 


왜 스타트업을 시작했는지 차근차근 과거를 곱씹는 과정은 의미 있는 과정이 될 것 같다. 그래야 다음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니까. 혼자만의 일기로 묵혀두려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공간에 공개하는 이유는 어디선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고, 스타트업 저마다의 이야기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경험해보지 않고 도무지 알 수 없는 그것들에 대해 오롯이 내 관점에서 풀어가려 한다.  


앞으로 적어 나가는 글은 내가 이러했으니 당신은 이런 선택을 하지 말라고 하기보다 ‘나는 이랬지만 당신 생각은 어떠세요?’라는 정도로 들어줬으면 좋겠다.      


스타트업에 가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 글을 클릭한 사람들 중에는 스타트업에 가려는 사람, 혹은 스타트업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 스타트업에 대한 인상은 막연했다. 사업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곳, 야근 많은 곳 정도. 대신 하나부터 열까지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곳.


내가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 이것 하나가 무척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모든 스타트업이 그런 것들을 강조하지만 일하다 보면 생각보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스타트업은 아직 경험이 없고 열정이 많은 신입보다 능력 있는 경력자들이 가서 기량을 펼치기 좋은 곳이다. 이전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어간다는 면에서 신입과 경력자 모두 동등한 조건 같다. 하지만 서비스만 새로울 뿐이지, 그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이미 구축된 것들을 활용하고 새로운 분야와 엮어나가는 일이다. 막연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고 왔다간 멘붕이다. 

 

미안하지만 칼퇴 정신도 아웃이다. 할일 다 끝낸 '칼퇴'는 옳지만 무조건 일찍가야지 하는 '칼퇴정신'은 힘들다.워라밸 트렌드에 맞춰 칼퇴 문화는 요즘 대세처럼 퍼져나가고 있지만, 일하다 보면 알게 된다. 서비스를 만들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정시퇴근을 따지기가 어렵다는 것을. 일을 시간적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워라밸이 강조되고 있지만, 막상 일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워라밸이 잘 지켜지는 스타트업도 있지만, 그것을 지키기 어려운 스타트업이 더 많기에 이 부분은 어느 정도 포기를 하고 가야할 듯하다.     


협업하기 싫어하고, 일정을 잘 못 맞추는 사람도 스타트업에 가면 힘들다. 스타트업은 정말 협업의 연속이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광고 글 하나를 발행해도 기획, 디자인, 개발 사항까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나와 맞다고 생각한 사람과도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사소한 감정싸움도 생긴다. 잦은 협업에는 사소한 내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을 수 있는 '멘틀 갑'이 필수다.  


협업에서 중요한 또 다른 하나가 일정이다. 내가 일정을 못 맞추면 다른 사람의 일정도 미뤄진다. 스타트업은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것을 시도하고, 아닌 것은 빨리 철회한다. 그래서 내 분야가 아닌 모든 걸 혼자서 다해야 하는 곳은 추천하지 않는다. 주도적으로 일해야 하는 것과 혼자 다해야 하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가기로 마음먹었다면, 우선 왜 가려는지, 가서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다. 이건 회사가 만들어주지 못한다. 회사도 개척해가는 분야이기에 나에게 정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주지 못한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은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다. 콘텐츠를 다루는 나도 KPI 설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것만큼은 만들고 나오겠다’는 목표를 세워두지 않으면 일하면서 방향을 잡기도 힘들고, 흐지부지하게 된다. 뻔한 말이지만, 확실한 목표가 없다면 흐지부지 일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뚜렷한 목표를 세우지 못했던 것은 크게 후회되는 점이다. 목표는 일을 하면서도 세울 수 있는 부분이기에, 일하기 전에는 꼭 이것만큼은 해봐야겠다는 부분이 있었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 잠재고객을 모아주는 랜딩페이지 제작비법과 비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