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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이라 쓰고 경단녀라 읽는다

by 하양댁



임신을 하게 된 후,

'나'는 내가 일 욕심이 이렇게나

많은 사람인 줄 처음 알았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에는

당연히 설레고

기쁜 마음이 제일 먼저 들었지만

앞으로 일을 오래 쉬어야 한다는

생각도 같이 몰려오며

괜스레

며칠 동안 마음이 심란했다.






아마 임신 계획을 가질 때 즈음,

이직 제안이 들어왔는데...

고민하다 거절한 게 얼마 되지 않아

더 그리 심란했는지 모르겠다.



이직을 하자마자

'저 임신하려고요!' 계획을

발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얼마 간의 재직기간이 인정되지 않으면

휴직 제도도 사용 못 한다)



휴직 기간 동안 그동안 쌓아 올린

커리어는 그 자리에 멈춰 설게 뻔한데

복귀했을 때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

불안감도 엄습해 왔다.






비단 출산 및 육아휴직이

개인적인 경력 단절 문제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었다.



병원에서

임신 확인증을 받고 회사에도

임신 사실을 공개했을 때

특히, 팀 내 반응은 축하와 우려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우와! 정~말 축하해요!!"


"언제부터 휴직 들어가요?"


"저희 팀 빠르게

사람 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업무 공백'이

가져다주는 부담감 때문에

그런 우려가 동시에 터져 나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만


순간 민폐 아닌 민폐를 끼치게

된 건 아닌가 싶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또한,

몇 년 동안

일해온 업무에 대해서

인수인계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줘야 하는지

막막하기도 했다.

(퇴사면 차라리 홀가분하게

작성할 텐데 말이다)






팀원들의 재빠른(?) 우려 덕분에

다행히 휴직 몇 개월 전 대체 직 인원을

빠르게 보충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그분은 차분하게

일을 잘 쳐내고 있는 듯하다.



휴직 전까지

임산부라고 몸을 사리기보다는

곧 못하게 될 일이라고 생각하니

미팅, 라방, 전시회 등 외근도 빼지 않고

더 열심히 다녔고.


지금 생각해 보면

평소보다 업무를

더 열심히 한듯하다.



이런 내 모습을 지켜본 벗은

항상 무리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고 어쩔 수 없이

일을 쉬게 되는

'나'를 한편으로는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사실 벗은 '육아'에 대한 관심이

꽤 많아서 오히려 나 대신

육아 휴직을 써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꽉 막힌 우리 사회가

그것을 쉽게 용납할쏘냐.



"팀장이

임신 소식 알리자마자

농담반, 진담반으로

육휴 쓰면 책상 뺀다고 그러더라... "



벗의 회사에서

육휴를 쓴 남자는

지금까지 1명밖에 없었고

그 또한 돌아오자마자

곧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친구 남편네 회사도

윗분이 같은 소리를

지껄여서 안 쓰려다가

미친척하고

6개월만 쓰기도 했다고)






매년 저출산이 중대한 문제라며

연신 언론에서 떠들어대지만.


한 사람의 희생 없이는

일과 가정, 양립이

절대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어놓고

의미 없는 대책만

쓸데없이

쏟아내고 있는 현실이라니.



당장은

휴직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걱정이지만

약 1년간의 휴직이 끝나고

복귀했을 때가

사실 더 걱정이긴 하다.


.

.

.


휴... 복직할 때

우리 아이는 당장 어디다 맡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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